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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화재 파장] ‘계좌·대출·카드·보험’ 전방위 마비…공공인증체계 허점

본인확인 절차 차질에 핵심 서비스 줄줄이 중단
단일 장애 구조 민낯…“백업 있었지만 작동 안 해”
‘관리 부실’ 비판…재해복구체계 재점검 필요성 부상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금융권 서비스 중단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깨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금융권 서비스 중단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깨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정부의 공공인증체계가 멈추면서 금융권 핵심 서비스가 나흘째 마비되는 혼란에 빠졌다. 본인확인·신분확인 절차를 기반으로 한 금융시스템 전반이 일시에 멈춰 서며 계좌 개설, 대출 심사, 카드 발급, 보험금 청구까지 전 업권에서 줄줄이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시스템이 복구되며 정상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금융회사뿐 아니라 소비자들 불편이 커지면서 정부의 관리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9일 금융권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주말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로 최종 복구까지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소된 주요 정보시스템 96개를 대구센터로 이전해 재가동하기까지 전체 서비스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나흘째인 이날 현재까지도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행정정보 공동 이용, 공공 마이데이터 연계 서비스 등이 여전히 중단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계좌 개설과 대출심사 업무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일부 마이데이터 연계 상품의 경우 서비스 장애로 신청이 불가능해졌으며, OTP 재등록이나 계좌 비밀번호 초기화 등 일부 기본 서비스도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에서도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기능이 마비되면서 신규 카드 발급과 카드론 신청 절차에 차질을 빚었다. 일부 카드사는 운전면허증 등 대체 인증 수단을 긴급 안내하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역시 온라인 상품 가입 과정에서 인증 절차를 완료하지 못해 일부 업무가 지연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 밖에 저축은행에서는 어제까지 비대면 대출 신청이 중단돼 영업에 차질이 있었고, 핀테크 업계도 마이데이터 자산 조회 등 일부 연계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등 영향을 받았다.

공공인증체계에 대한 금융권의 과도한 의존 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개별 금융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정부 인증 인프라가 멈추자 금융서비스 전반이 동시에 마비되는 ‘단일 장애(SPOF)’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순한 시스템 오류를 넘어 정부 전산 인프라 설계 자체의 허점도 함께 드러났다. 정부가 ‘3중 이중화’를 갖췄다고 밝혔지만, 실제 화재 상황에서는 클라우드 복제나 네트워크 전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트래픽을 다른 경로로 우회하는 기능도 실패했다.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별도의 공간이 아닌 서버실과 같은 공간에 배치해 화재 위험을 키웠고, 지역 분산 재해복구(DR) 체계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단일 거점 장애가 전국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본원 데이터가 백업돼 있었음에도 복구는 더뎠고, 클라우드 기반 복구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닌 만큼 정상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일반 민간 금융회사로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중간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점, 관리가 허술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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