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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중처법 확산] 책무구조도 지주·은행 이어 2금융 도입 확대… 관치금융 우려도

책무구조도 1호 제재될까 전전긍긍… 안팎 대응 강화
관(官) 출신 인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부작용도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 보험회사 53곳이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 보험회사 53곳이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부터 금융권에 순차적으로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되면서 곳곳에서 부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월 전면 시행에 들어간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혹여나 책무구조도 1호 제재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본격 시행을 앞두고 14일 시범 운영에 들어간 보험 등 2금융권도 아직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금융회사들이 '방패 역할'을 할 관료 출신 사외이사 임원 영입에 몰두하면서 일각에선 관치금융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보험회사 53곳이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1월 금융지주와 은행이 이미 책무구조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7월부터 증권사와 보험사, 운용사 67곳이 추가되는데 이에 앞서 53개사가 먼저 시범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시범 운영 기간 발견된 내부통제 미비 사항에 관해선 금감원 제재를 받지 않는다. 자산 5조원 미만 또는 운용재산 20조원 미만인 금융투자업자와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의 보험회사, 자산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자산 7000억원 이상 상호저축은행은 내년 7월 2일부터, 나머지 금융회사는 2027년 7월 2일부터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도입 시기. 자료=금융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도입 시기. 자료=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란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금융 사고와 직원 일탈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문서화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직원의 일탈 행위로 경영진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린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금융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2019년 DLF 사태, 2024년 홍콩 ELS 사태 등 대형 금융 사고가 매번 반복돼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지적이 커졌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경영진 제재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현장에선 경영진 제재라는 공포에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비효율이 커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금융지주와 은행은 제재 대상 1호가 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하면서 경영진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2금융권 금융사의 경우 아무리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하고 싶어도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부터 접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관(官) 출신 인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흥국화재는 금감원 보험리스크제도실 등을 거친 한승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해상은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과 보험감독국을 거친 도효정 율촌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한화손보도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 사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에 제도 성패가 달렸다"면서 "금융 사고가 줄지 않으면서 경영진 제재 공포로 업무 비효율만 초래하고, 관치금융만 심화시킨다면 제도 폐지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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