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서울보증 투입잔액 5조6000억 중 일부 ‘회수’ 시작
원매자 찾는데 실패한 MG손보는 청산 위기
매각 ‘6수생’ KDB생명은 산은 자회사行…1조 추가 부담
원매자 찾는데 실패한 MG손보는 청산 위기
매각 ‘6수생’ KDB생명은 산은 자회사行…1조 추가 부담

대규모 혈세가 투입됐지만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관리’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SGI서울보증과 MG손해보험, KDB생명의 자금회수가 지연되면서 부실금융기관 관리 정책에 근본적인 개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서울보증 상장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본격화했다. 예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2001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서울보증보험에 10조25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20여 년간 배당과 주식 소각·감자 등을 단행하며 자금회수에 나섰지만, 아직도 5조60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남았다.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예보는 최근 서울보증의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통해 공적자금 일부인 1815억 원만 회수한 상황이다. 이는 예보 측 보유 지분 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698만2160주)에 그친다.
예보는 오는 2027년까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수차례의 소수 지분 매각을 거쳐 보유 지분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제 3자에 경영권 지분(지분의 50%+1주 이상) 매각한다는 방침인데 인수에 나설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만큼 최종적인 공적자금 청산에는 적지 않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개입한 부실금융회사 정리도 기로에 섰다. MG손해보험은 최근 다섯번째 매각에서 실패하면서 파산 위기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3일 “예보로부터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차이 등으로 우협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MG손보는 매각만 5차례 겪었다. 지난 2013년 그린손해보험에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한 회사지만 2011년부터 경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번번이 공개매각 대상이 됐다. 예보는 다섯번째 매각 절차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지난해 10월 입찰을 진행했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지만 부실 자산 이전 및 고용승계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에 노조 측이 거부감을 강하게 표출하며 결국 무산됐다.
지난 10년 간 여섯차례 매각에 도전한 KDB생명 역시 원매자 찾는데 실패해 결국 산업은행이 품는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품고 2~3년에 걸쳐 자본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다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KDB생명이 공공기관 자회사 간판을 달고 시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이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KDB생명의 지난해 상반기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킥스)비율은 155.4%로 금융 당국 권고치인 150%를 겨우 넘겼다. 지금껏 산업은행이 1조5000억원을 투입했으나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자체가 저성장 업종이다 보니 매물로 나오더라도 시장에서 관심을 받기가 어렵다”면서 “가뜩이나 회계제도도 바뀐 상황에서 인수 이후 추가 자본 부담이 크다보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