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100엔당 1000원 돌파 기대

또 지난해 6월 원·엔 환율 850원대까지 낮아졌을 때 집중적으로 엔화 투자에 나선 엔테크족은 향후 엔화 강세 기대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하나은행 고시 기준)은 100엔당 980.21원(매매기준율)에 마감했다.
최근 원·엔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 100엔당 910원대에서 2월 970원대까지 올랐고, 지난 10일에는 991.94원을 찍었다. 매매기준율이 990원대에 진입하면서 은행 창구 매입가는 1000원이 넘기도 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5원까지 내려 일본 여행이 몰렸던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수퍼엔저 시대'는 사실상 마감했다.
이에 그간 슈퍼엔저로 급증했던 내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커졌고 여행수지 적자 폭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겨울방학철 해외여행 성수기 영향으로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16억7500만 달러로 지난해 12월(95억400만 달러) 보다 크게 확대됐다. 연간으로는 지난해 124억200만 달러 적자를 내 2018년(165억6570만달러) 이후 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진 데는 슈퍼 엔저로 일본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대일본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진 탓이다. 이에 슈퍼 엔저가 끝나면 일본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여행수지 적자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단거리 여행지의 경우 환율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지난해 저점 대비 10~16% 올랐다고 일본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줄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쌀 때 사둔 엔화를 팔아치우려는 행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8884억8829만엔으로 2023년 5월(7259억엔)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은 원·엔 환율이 850원대로 떨어진 지난해 6월 1조2929만엔까지 불어났는데 엔화가 점차 오르면서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이제 1000원선을 내다보자 본격적으로 엔화를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화 강세가 장기화되고 상승 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익 실현 수요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제부터 일본 정책 당국이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허용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졌고 추가 적인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