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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배터리 기업, 美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中 규제 강화 '반사이익'

LG엔솔·삼성SDI·SK온 美 생산 확대 박차…파나소닉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개시
트럼프 인센티브 축소 속 'AI 붐'發 ESS 수요 증가 활용…中 업체 제재로 '경쟁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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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의 규제가 중국 경쟁 업체들의 발판을 점차 제한함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회사들이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맞고 있다고 28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해 왔으며, 일본 거대 기술기업 파나소닉은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의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이러한 발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출 법안이 풍력·태양광·전기차(EV)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으며, 2026년 말까지 ESS 용량을 연간 30기가와트시(GWh)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닛케이아시아에 "EV와 ESS 부문 모두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시장으로 남아있다"면서 "이미 국내에 여러 현지 배터리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의 주요 EV·ESS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계속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에너지 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 약 3억 달러 규모의 ESS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6.3GWh 용량의 ESS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한다. 삼성SDI는 ESS와 EV를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여러 파트너와 논의 중이며, SK그룹은 올해 텍사스 남부에 제2 ESS 시설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아시아 배터리 회사들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전기화로 인해 증가하는 미국 전력 수요를 활용하기 위해 대량의 전기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는 ESS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제공업체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올해 약 15GW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4년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 부문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워싱턴에서 나오는 정책은 계속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 아틀라스 공공정책의 톰 테일러 수석 정책분석가는 "차선책 배터리 제조업체인 한국과 일본 기업에는 큰 기회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첨단기술을 지원하는 베이징의 보조금과 청정에너지 제품의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 덕분에 EV와 에너지 저장 시장을 장악해 왔다. 이 부문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중국의 치열한 국내 경쟁으로 이어졌지만 생산 비용도 크게 절감했다. 중국 화타이증권의 연구 노트에 따르면 미국산 배터리 가격은 관세를 고려하더라도 중국산 배터리보다 22% 더 높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달 제정된 트럼프의 대표적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미국이 공급망 독립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산 제품의 중국산 부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 또한 미국에서 제조하는 중국 소유의 청정에너지 회사들이 생산 비용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된 세금공제를 받는 것을 금지한다.

최근의 제한 조치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 영토에서 전략을 재평가해야 했다. 중국 소유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오토모티브 에너지 서플라이 코프는 지난달 정책과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에 있는 EV 배터리 공장 건설을 보류했다.

중국에 대한 의심이 고조되면서 지난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고션의 공장에 대한 현지 반발이 일어났고, 이는 미시간주 빅 래피즈 시설을 무기한 동결시켰다.

이 부문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한 것은 배터리 양극재 생산, 리튬 추출·가공 노하우와 관련된 배터리 기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수출 통제였다. 새로운 제한 조치로 인해 중국은 금지 조치가 없더라도 배터리 제조업체가 해외로 기술을 이전하려고 할 때 더 엄격한 조사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독립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방해한다.
일부 분석가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대기업 CATL로부터 리튬-철-인산염(LFP) 셀 생산 기술을 허가받은 포드자동차의 30억 달러 규모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 미시간 프로젝트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위험에 처할 수 있다. CATL은 네바다에 있는 테슬라의 LFP 배터리 공장에도 기계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배터리 회사 경영진은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중간재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 임원은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없다. 우리는 더 많이 소통하고 전반적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알아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배터리 리서치 회사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는 미국 내 EV 배터리 사용량에서 13.8%의 점유율을 차지했는데, 이는 작년 연평균 14.3%보다 감소한 수치다. 반면에 올해 1분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53.6%를 기록해 2024년 연평균 48.2%에서 상승했다.

그러나 존스홉킨스대학교 고등국제학대학원 조나스 남 교수는 백악관의 불확실한 무역정책이 중간 투입물과 기술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에 주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기준 관세를 최소 10%로 인상했으며,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다음 달에 관세율을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 남 교수는 "모든 관세의 목적은 미국의 재산업화이지만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대신 탈산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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