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엔비디아, TSMC에 H20 칩 30만개 주문...中 시장 공략 재개

美 정부, 4월 금수조치 3개월 만에 철회...텐센트·알리바바 등 수요 폭증
미중 기술 전쟁 속 '실리' 챙기기...화웨이 견제 및 자사 생태계 유지 포석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금수 조치를 3개월 만에 철회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TSMC에 H20 칩 30만 개를 주문하며 중국 시장 공략을 재개했다. 이는 화웨이 등 현지 경쟁사를 견제하고 자사 AI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금수 조치를 3개월 만에 철회한 가운데, 엔비디아가 TSMC에 H20 칩 30만 개를 주문하며 중국 시장 공략을 재개했다. 이는 화웨이 등 현지 경쟁사를 견제하고 자사 AI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로이터
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대중국 수출용 칩 'H20'의 생산 재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존 재고에만 의존하겠다던 입장을 바꿔 위탁생산 파트너인 TSMC에 대규모 추가 주문을 넣은 것이다. 이번 주문은 미·중 기술 경쟁, AI 반도체 수급 문제,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향과 밀접하게 얽혀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주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H20 칩셋 30만 개를 발주했다. 이는 현재 엔비디아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H20 재고 60만~70만 개에 더해지는 물량으로, 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결정이다. 미국 리서치 회사 세미애널리시스가 2024년에만 엔비디아가 약 100만 개의 H20 칩을 판매했다고 분석한 바 있어, 이번 주문은 상당한 규모임을 짐작게 한다.

이번 주문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선회가 자리 잡고 있다. 미 행정부는 지난 4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렸던 대중국 H20 판매 금지 조치를 이달 들어 전격 철회했다. H20 칩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중국 시장을 위해 엔비디아가 별도로 개발한 제품으로, 같은 라인의 상위 버전인 H100나 블랙웰 시리즈보다 성능은 다소 낮은 편이다.

◇ 3개월 만에 뒤집힌 금수 조치...수출 허가는 '미지수'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달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H20 주문량 수준이 생산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생산 재개 시 약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고객들에게 H20 재고가 한정적이며 웨이퍼 생산을 즉시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으나, 시장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엔비디아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H20 칩을 중국에 최종 선적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H20 구매에 관심이 있는 중국 고객들로부터 향후 주문량 예측치가 포함된 서류를 제출받는 등,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7월 중순 "당국으로부터 곧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상무부는 아직 해당 허가를 최종 승인하지는 않은 상태다. 엔비디아와 TSMC 측은 이번 신규 주문과 허가 진행 상황에 대한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실리' 택한 엔비디아...中 생태계 사수 총력


H20 칩 판매 재개는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쟁점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이 수출을 제한해 온 희토류 자석 문제와 관련한 협상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정은 "중국에 AI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미 의회로부터 초당적인 비난을 샀다.

이러한 비판에도 엔비디아는 자사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중국 개발자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 참여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사 칩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유지해야 개발자들이 화웨이 같은 경쟁사의 제품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 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는 막강하다. 4월 금수 조치 이전 텐센트,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은 자사 AI 모델은 물론, 비용 효율이 높은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을 도입하면서 H20 주문량을 대폭 늘렸다. 또한 성능이 낮은 화웨이 칩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수입이 막힌 다른 엔비디아 GPU들이 밀수되거나 수리 수요가 급증하는 등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의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막대한 규모의 잠재적 손실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4월 판매 금지 조치로 인해 55억 달러(약 7조6543억 원) 규모의 재고를 상각 처리해야 할 수 있으며, 150억 달러(약 20조8755억 원)에 이르는 잠재적 매출을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막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고 중국 시장을 되찾으려는 엔비디아의 의지에도 미국 상무부의 최종 수출 허가 여부는 여전히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핵심 변수로 남아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