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내 채굴부터 가공까지"…미국 주도 '탈중국 공급망' 구축 본격화
가격 조작·불공정 관행 차단하고 차세대 기술 투자로 미래 패권 확보
가격 조작·불공정 관행 차단하고 차세대 기술 투자로 미래 패권 확보

현재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의 80%는 중국에서 나온다. 핵심 부품인 양극재와 음극재도 중국산 비중이 각각 70%, 85%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원료다.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에 쓰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같은 핵심 광물의 90%에서 97%를 중국이 공급한다. 중국 손을 거치지 않고는 배터리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보고서는 이 같은 중국의 독점이 부르는 ‘용납 못할 위험’에 맞서, 여러 층위에서 조직적으로 접근할 5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 美, 공급망 재편 '5대 전략' 가동
첫째, 배터리 핵심 광물의 국내 채굴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미국 안에서 광물 생산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규제를 풀고 인허가 절차를 하나로 합치며, 광물 생산 사업에 투자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광물 매장지 주변에 경제특구를 만들어 채굴부터 가공, 부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의 시장 조작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중국의 광물 가공 기술을 대체할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재 배터리 원료 가공 기술 상당수는 중국의 지적 재산이고, 일부 공정은 환경오염 문제도 안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더 깨끗하고 효율 높은 가공 기술 연구에 돈을 대고, 미국과 동맹국에 가공 시설이 뿌리내리도록 세금을 깎아주고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해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해외 광물 가공 사업에 맞춤형 자금을 지원하는 길도 열어주자고 했다.
◇ 가격·투명성·기술로 中 아성 넘는다
셋째, 핵심 원료의 값 변동을 막는 것이다. 중국은 경쟁사를 주저앉히려고 원자재 값을 일부러 조작해왔다. 이에 맞서 미국이 직접 가격 안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을 뺀 새로운 가격 결정 체계를 만들고, 정부가 남는 물량을 사들이며, 최저가격을 정해 기업 이윤을 보장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동시에 중국의 가격 조작을 막기 위해 관세와 제재라는 위협 카드도 함께 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넷째, 투명성을 높여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중국의 관행을 드러내는 전략이다. 중국의 시장 지배력은 뇌물, 부채 함정, 강제 노동, 지적 재산 훔치기 같은 불투명하고 법을 어기는 거래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보고서는 미국 상장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관계를 의무로 공개하게 하고,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들어오는 제품에 꼬리표를 붙여 원산지를 똑똑히 밝히며, 동맹국들이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미국 의회가 대기업의 공급망 안에 강제 노동이 있는지 점검하도록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섯째, 미국의 기술 혁신과 협력을 돕는 것이다. 미래 배터리 기술에 투자하는 일이 현재의 공급망 문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유망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목표를 정한 한시 보조금을 주고, 작은 혁신 기업이 제품을 상업으로 잇도록 규모 확대를 도와야 한다. 아울러 기업끼리 잘 협력하도록 비용 분담 방식을 널리 알리고, 연방 자금을 받는 기술은 다른 미국 기업에 싸게 넘기게 하며, 민관 연구 모임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은 이미 아시아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구매의 94%를 차지하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미국과 동맹국들로서는 공급망을 여러 갈래로 넓히고 자국 생산 능력을 키우는 자립 전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