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별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에 일괄 적용되는 ‘세계관세’ 방침이 구체화되면서 주요국들의 막판 협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CBS뉴스, 로이터 통신, CNBC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율은 아마 15% 또는 20%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개별 협정을 맺지 못한 국가들은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0개 국가와 개별 협정은 불가능…세계관세로 단순화”
트럼프는 “우리는 이미 유럽연합(EU)·일본과 개별 무역 합의를 마쳤고, 영국·인도네시아·베트남과도 협정이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전 세계 200개 국가와 각각 협정을 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대부분의 국가에는 단순한 관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이미 10% 수준의 일괄 관세를 도입한 바 있지만 이번 발표는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브라질·라오스 등 일부 국가는 최대 40~50%까지 관세율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역시 최고 35%까지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관세율 인하를 위해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무역협정 체결 시한은 8월 1일이다.
백악관은 최근 남미·아프리카·카리브해 국가 등 소규모 무역국에도 관세 인상 방침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EU·일본과 대규모 합의…“15% 관세+천문학적 투자 유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하고 EU와 15% 관세 수준의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에는 향후 3년간 유럽 기업의 미국 내 투자 6000억 달러(약 828조 원), 에너지 구매 7500억 달러(약 1035조 원)가 포함됐다.
이에 앞서 지난주 일본과도 5500억 달러(약 759조 원) 규모의 무역협정이 체결됐으며, 영국·인도네시아·베트남과는 중소 규모의 개별 협정이 성사됐다.
그러나 인도·파키스탄·캐나다·태국 등은 여전히 협상 중이며 대부분 국가들이 자국 제품에 적용될 관세율 인하를 위해 백악관과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달 초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등은 예외적으로 10% 관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전 세계를 상대로 기본 관세율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일괄 적용 방침을 재확인했다.
◇ “관세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외국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미국 내 수입업체가 미국 정부에 직접 내는 것”이라면서 “결국 이 비용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CNBC에 출연해 “대통령은 개별 협정보다 간단한 관세 적용을 선호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없으면 편지 한 장으로 통보하고 바로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8월 1일까지 협정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대다수 국가들은 15~20%의 고정 관세를 적용받게 되며, 일부 국가는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수입업체들은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