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손태승 사태’ 늑장대응 집중 추궁…임종룡 회장 방어할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석에 출석하기로 하면서 금융사고 관련 강도 높은 질문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우리금융 계열사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 부정하게 대출을 내준 사건과 관련, 사전에 사실관계를 인지하고도 곧바로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받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오는 10일 정무위 국감이 열리는 국회 본관 604호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금융그룹 회장 중 증인석에 오르는 사례는 임 회장이 최초다.

정무위 국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우리금융 부당대출의 전말, 이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 의혹이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의 자질을 의심하는 날 선 비판이 오갈 것으로도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받은 대출은 42건으로 총 650억원, 이중 친분을 이용한 부정대출 규모는 350억원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에 취임, 시기상 해당 대출의 대부분은 임 회장이 우리금융에 발을 들이기 전 이뤄졌다.

문제는 임 회장이 늑장 보고, 늑장 대응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금감원에 부당대출 건을 알린 시기는 올해 8월 23일이지만 경영진이 사태 파악한 시기는 늦어도 3~4월, 임 회장은 그보다 한참 앞서 취임한 시점에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보고를 미뤘다고 금감원은 파악했다. 금융당국에 즉각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아직 입 다물고 있는 상황. 국감 현장에서 관련 질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경영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도 예상된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은행에 정기검사와 별도로 진행한 수시검사 결과, 친인척 부당대출은 우리은행뿐 아니라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등 타 계열사에서도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친분 세력’이 계열사까지 뻗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자격 요건 미충족에도 대출을 내준 정황이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손 전 회장 처남의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있던 법인에 신용대출 7억원을 내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경우 ‘우리은행 출신’ 부장 등이 대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손 전 회장 장인이 대표이사던 법인에 7억원 규모 부동산 담보대출 실행한 우리금융캐피탈 역시 만기 연장 과정에서 우리은행 출신 본부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여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론적으로 임 회장의 책임 문제가 불거지겠다. 우리금융은 올해 세 차례 금융사고로 곤욕을 치렀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에 우리은행 경남 지점 직원의 서류 위조로 발생한 105억원 부당대출, 55억대 사기대출 등 악재가 터지면서 지나친 내부통제 부실 문제 지적이 예상된다.

임 회장의 거취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이 아닌 외부 출신 인사임에도 그릇된 조직문화에 흡수돼 잘못된 경영을 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임 회장의 국감 출석은 확정 사안”이라며 “정무위원들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10일 금융위원회·KDB산업은행 등을 시작으로 14일 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 17일 금감원·서민금융진흥원, 24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 순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