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영화음악평] 탈북 수학자가 '수포자' 만나서 겪는 인생 전환기…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기사입력 : 2023-04-23 09:10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미지 확대보기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연출한 박동훈 감독은 옴니버스 영화 「말이야 바른말이지」(2022)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2), 「게임회사 여직원들」(2016) 등 웹드라마를 연출하며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 영화상(2006)을 수상한 실력자이다.

이지수는 KBS 드라마 「겨울연가」,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의 20여 년 OST 작업의 음악 재원이다. 원주율의 숫자를 음표로 삼은 ‘파이송’은 수학과 음악을 접목하여 탄생시킨 곡으로써 감성적 뮤지션에겐 더할 나위 없는 명작이다.
탈북 수학자 리학성(최민식)이 수학 문제를 풀 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자주 듣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1번 프렐류드는 수학자의 내면세계를 그린 충실한 트랙으로 남는다. 수학의 둔탁한 이미지를 음악의 유연성으로 포장한 느낌이다.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미지 확대보기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미지 확대보기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학성과 보람(조윤서)의 피아노 듀오 연주의 ‘파이송’은 원주율 3.14를 이용, 숫자로 피아노가 연주된다. 연탄곡 같은 대조 악상, 조성 없이 숫자 법칙대로 반복음이 나열된다. 경쾌하게 협동 의식이 음악으로 번져갔고, 수학이 음악처럼 흥미롭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 속 주요 음악, ‘파이송’은 천재 수학자와 학생과의 친밀도를 높게 한 곡이며, 학성과 한지우(김동휘)가 수학의 아름다움을 풀어가는 장면에 배치한 것은 이지수 음악감독의 절묘한 ‘시간 맞추기’이다.
영화 제목을 연상케 하는 ‘파이송’, 건반 위에 원주율을 나열한 숫자와 리듬 음악은 기발하고 참신하다. 보람이가 직접 연주에 참여한 점, 진취적이며 고딕적인 성향을 보인 점도 응집력 있게 완성도를 높인 결과이다.

이번 영화의 공동작업으로 재탄생한 멜로망스의 ‘하나의 답’은 ‘파이송’의 영감을 받아 김민석, 정동환의 서정적 감성이 서려 있는 곡이다. 수학을 통해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심리적 요소와 복고적 묘미가 감칠맛 나게 버무려진다.

유연한 단음 선율이 반복되고 대비된 전주와 후주, 원주율의 숫자가 경쾌하게 배열된 성부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끌어낸 점이 에너지를 준다. ‘하나의 답’을 향한 곡의 결미로 치닫는데 레가토와 기교가 동원되어 영상과 맞물린 통일성을 유지한다.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미지 확대보기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미지 확대보기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상을 설득력 있게 받쳐준 노래와 반주, 영화 속 인간적인 갈등과 해소 과정을 설명하는 작용으로 전체의 흐름을 압축하고 있다. 발라드풍이며 피아노가 지속해서 박자와 대조를 이루며 선율적으로 변화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수학을 서사에 조합하여 학성과 지우를 친밀하게 만든 곡,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리듬적 뉘앙스들로 영화의 흐름을 집중하는데 무리 없이 장면 전환의 맥을 이룬다. 곡 선택이 적절하게 활용되어 바흐가 주는 엄숙한 분위기의 분산화음이 영상을 환기한다.

영화의 톤과 맞는 이 곡은 대위법이 강조된 특성으로 수학과 일맥상통한다. 이야깃거리에 맞는 코드 진행은 감상적이 아닌 중용의 분위기를 잡아내며 장면 이완에 화성감이 주도되어 빈틈없는 사운드로 꽂힌다.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미지 확대보기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극 중에 작용한 바흐 곡은 주제에 밀착하는 데에 빈번하게 활용된 도전적인 울림이며 학성이 지우에게 수학으로 다가갈 때 강렬히 드러나 프렐류드의 불협화음이 특이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음악의 참모습을 과시한다.

18곡의 사운드트랙 가운데 ‘수학을 가르쳐달라?’, ‘우리는 이걸 ‘용기’라 부르기로 했어요’는 악상이 공개적이고 간결하다. ‘반듯함의 승리’ ‘한지우 미안하다’ ‘고맙소’는 짧고 대조적 분위기가 강해 주제 리듬을 견고하게 하였고 장면 순응의 외적 평온함이 연상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소설의 앨리스처럼 미지의 시·공을 아우르는 현대인의 의미 있는 체험의 시간이며 수학과 연상된 사운드트랙이 비중 있게 다루어졌고, 영화음악은 정적인 실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새롭게 탈바꿈시킨 매개체란 인식을 준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사진없는 기자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포르쉐 못지 않은 스펙, 또 다른 드림카 마세라티 그레칼레
전기차 고민이라면? 그냥 아이오닉 5 사~! 2024년형 아이오닉 5
혼다 신형 CR-V와 파일럿, 캠핑에 어울리는 차는?
운전 베터랑 아나운서들의 리뷰 대결 골프 GTI vs. TDI 승자는?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RS e-트론 GT
아우디 e-tron GT vs. 아이오닉 5 N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엔 더 무서운 차 끌고 나왔다! 벤츠 E 300 4MATIC AMG Line
국내 1, 2위 다투는 수입차, 벤츠 E와 BMW 5 전격 비교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