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찬성 입장을 내놨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또 다시 표류될 상황에 놓였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 가입자의 실손보험 청구 비효율성을 지적한 뒤 간소화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2건에 대해 ‘동의’ 입장을 밝혔다. 기존 ‘신중검토’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달 25일 보험업법 개정이 보험사들의 정보 취득 간소화를 위한 ‘악법’이라고 주장하며 ‘절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로 높다고 하는데 더 편하게 청구하도록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숨어있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환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해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기 위한 ‘환자정보 취득 간소화’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에 대해서도 “심평원은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인데 민간실손보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소액건까지 포함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보험금 청구가 이뤄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려는 것은 비용절감과 더불어 보험 가입자의 편의와 신뢰를 높이기 위함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계에서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노출돼 진료수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것에 대해 우려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