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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통합적 안목·탕평의 정신으로 조직 이끌어야 성공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69회)] 편가르는 사회의 비극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9-09-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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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내편과 네편으로 나누어 '내로남불' 현상을 남발하고 있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시아파와 수니파가 갈라져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탕평'의 정신이 절실하다. 사진=로이터/뉴스1
사회심리학의 많은 연구들이 흥미롭지만 섬뜩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사람들을 집단으로 구분할 때, '내 편(내집단, ingroup)'과 '네 편(외집단, outgroup)'으로 지각되면 다양한 차별이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 편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을 지각할 때 네 편의 집단원들을 지각할 때와는 다르게 지각한다. 또한 네 편의 집단원들이 내 편에 대한 지각과는 다르게 자신들을 지각한다. 간단히 말하면, 내 편을 지각할 때와는 다르게 네 편을 지각하고, 자신들을 객관적으로(다른 사람들의 지각과는 다르게) 지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한 편'에 속한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조망(眺望)을 가지게 만든다. 첫째는 '추정유사성효과(assumed similarity effect)'라는 현상이다. 내집단원들은 다른 내집단원들이 외집단원보다 더 자신과 유사하다고 추정(推定)한다. 예를 들면, 지역을 기준으로 집단을 나눴을 때 도시출신 학생들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농촌출신 학생들보다 자신들이 더 유사하다고 지각한다. 동시에 외집단원들이 자신들과는 실제보다 더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지각한다. 즉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의 차이는 실제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각한다.

이 효과가 중요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준으로 두 집단을 나누었을 때나 심지어 무선적으로 할당해서 집단을 나타었을 때도 이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을 단순한 예술적 취향으로 두 집단을 나누었다. 그러자 예술적 취향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다른 점에서도 내집단원끼리 더 유사하고 외집단원들은 많이 다른 것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뚜렷이 구별되는 정치적 성향으로 두 집단이 나뉘었을 때 내집단원과 외집단원의 차이는 실제보다 훨씬 크게 그리고 정치적 성향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다른 영역에서도 차이가 크다고 지각한다. 심지어는 '아군'과 '적군'으로 구별하고, 상대를 없애야 될 대상으로까지 지각할 수 있다. 소위 '진영(陣營)' 의식이 바로 세상을 아군과 적군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내편·네편 가를 때 다양한 차별 생겨
'내로남불' 사회적 현상도 같은 맥락

둘째는 '외집단 동질성효과(outgroup homogeneity effect)'가 나타난다. 이 효과는 외집단원들을 매우 동질적인 것으로 지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편은 서로 다른데, 저들은 매우 유사하다"고 지각한다. 다시 말하면, 내집단원들은 서로 개성이 있고 각자 취향이 다르지만, 상대편은 하나같이 모두 똑같다고 지각한다. 외집단원도 서로 다르고 취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집단원을 개성을 가진 독립체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동질적인 하나의 단위로 지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일본인'으로 지각하고, '미야모도 무사시'로 지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은 '한국인'이라기보다는 '홍길동'으로 지각한다.

또한 이 효과에 의해, 사람들은 내집단원들은 외집단원들에 한층 더 복잡한 것으로 지각한다. 예를 들면 내집단원들이 훨씬 더 성격이 복잡하고 다양한 것으로 지각한다. 예를 들면, 젊은이들은 자신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노인들은 단순하고 한 가지 의견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집단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일단 형성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똑같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노인들도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셋째는 '내집단 편애효과(ingroup favoritism effect)'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면 내 편에게는 '네 편'보다 더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편애하는 행동을 한다. 일단 한 집단에 속하게 되면 사람들은 평가나 승진, 혹은 중요한 직책에 임명하는 등 다양한 보상을 주는데 있어서 외집단원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내집단원을 편애한다. 때로는 이런 행동을 특정한 목적을 위한 동기를 가지고 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내집단과 외집단이 갈라지면 특별한 동기가 없더라도 단순히 그렇게 지각되는 인지적 편향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편에 속한다는 것은 독특한 조망
내집단과 외집단 차이 실제보다 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념을 기준으로 두 진영으로 첨예하게 구분되어 있다. 일단 진보와 보수라는 기준으로 사회를 양분하면, 자신이 속해있는 내집단원에 대한 평가와 외집단원에 대한 평가가 첨예하게 달라진다. 간단히 말하면, 다른 편(외집단)을 비판할 때는 그렇게 서슬이 시퍼렇게 비판하던 그 냉철한 이성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같은 사람이 맞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내 편(내집단)을 방어할 때는 비이성적인 궤변(詭辯)과 억지가 등장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 회자하고 있는 말로 바꾸어말하면 '내로남불'이 된다는 것이다. 똑같은 사안도 내 편이 하면 '로맨스'고 '네 편'이 하면 '불륜'이 된다. 또 남들이 아무리 '불륜'이라고 이야기해도 '로맨스'라고 지각한다는 것이다.

특정 심리적 경향이 강한지 약한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인은 내집단원 간의 결속력의 강함의 정도이다. 만약 동일한 '내집단 편애효과'라고 해도, 집단원간의 결속력이 강하고 심리적인 동일시(同一視)가 강하면 내집단-외집단 구별이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더구나 우리 문화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집단 동일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내집단원과 외집단원을 대할 때의 태도나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내집단원 사이에 동일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아니더라도 내집단원이 저지를 행동에 대해서는 마치 자신이 그런 일을 한 당사자인양 인지적인 편향을 보이고 감정적으로 몰입한다.

내집단원끼리의 결속력은 한 집단원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다른 집단원들이 얼마나 '편'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부인이 힘들어할 때 옆에서 역성을 들어주지 않거나 상대방을 편드는 행동을 할 때 당연히 부인은 "당신은 누구 편이야?"하는 항의를 하게 된다. 남편이 자신을 얼마나 위하는 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곤경에 처했을 때 얼마나 강하게 역성을 들어주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군·적군 구별, 상대 제거대상 인식
진영의식이 이분법적 사고 만들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다"라는 믿음이 준 사람이 은인이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경사(慶事)에는 빠져도 애사(哀事)에는 빠지지 말라'라는 충고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을 유달리 싫어하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멀리한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믿음'은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와줄 것이라는 신념이다.

우리의 정체감은 개인적 정체감과 사회적 정체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한 개인인 동시에 또 특정한 집단의 소속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단 간 편향이라는 인지적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집단원으로 인식하기보다 한 개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한국인, 남자(혹은 여자), 보수(혹은 진보)주의자'이기 이전에 한 개인이고 '김**'이다"라는 개인적 정체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개인적 자아정체감보다 집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을 갖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적 정체성은 '자신을 자신이 속한 집단에 동일시하고 집단원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만약 한 개인이 자신이 속한다고 지각하는 집단의 구성원인 것을 통해 자존심을 높이려는 경우 '내집단 편애' 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반대로 말하면 강한 '내집단 편애'를 통해 자존심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자신이나 내집단원이 궁지에 몰려 자존심이 낮아지려고 할 때는 더욱 강한 '내집단 편애'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하게 한다.

한 조직의 지도자가 양 편을 다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을 갖지 못하고 내집단-외집단을 구분하며 '내집단 편애' 현상을 보이면 그 조직은 둘로 나뉘어 집단 간 편향을 강하게 드러내게 된다. 얻게 될 보상이 크면 클수록 집단 간 반목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내집단 편애'는 더욱 강해지고 '외집단 배척'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내 편'이 하거나 '네 편'이 하거나 불륜은 불륜인 것이다. 이것을 로맨스라고 우기면 궤변(詭辯)이 된다. 지도자는 통합적 안목과 '탕평(蕩平)'의 정신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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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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