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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쿰 댄스 컴퍼니의 ‘묵간’ 20주년 기획공연…삼일운동 100주년에 바치는 헌무(獻舞), ‘흰 옷’류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기사입력 : 2018-12-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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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댄스컴퍼니(KUM Dance Company, 예술총감독 김운미 한양대 무용과 교수, 대표 서연수)의 ‘묵간’(墨間) 20주년 소극장 기획공연이 지난 12월 13일(목), 15일(토)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흰 옷’을 공동주제로 놓고 벌인 공연은 13일 세 편, 15일 네 편으로 편제되어 있었고, 역사물에 관심이 많은 무용단답게 한민족의 상징인 ‘흰 옷’을 소재로 삼아 삼일운동에 걸친 민족의 수난과 미래의 희망을 춤으로 이야기 하였다.

1995년에 초연된 김운미 안무의 <흰 옷>이 동인(動因)이 된 2018년 <흰 옷>은 ‘묵간’ 공연 20주년을 기념하여 신진안무가를 격려하면서 신인・중견안무가들이 어우러져 ‘판’을 여는 무대가 되었다. 2019년은 삼일운동(1919년) 100주년을 맞는다. 이번 공연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상기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대비하자는 큰 뜻에서 한민족을 상징하는 ‘흰 옷’을 표제어로 상제하였다. 쿰 댄스 컴퍼니는 해마다 역사적 사건과 여성성을 주제로 삼아왔다.

애국선열의 나라사랑 정신을 담은 첫째 날 세 명의 신진 안무가(공주희, 김재은, 강소연)의 공연, 둘째 날 네 명의 선배 안무가(임해진, 박성욱, 강요찬, 서연수)의 공연은 다양한 시선과 내면의 뜨거운 감성을 입힌 ‘흰 옷’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여과시킨 흰색은 차가운 이성으로 조국의 무궁영화를 기원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현재 속 동일한 주제에 대한 각자의 느낌으로 역사의 의미를 곱씹으며 기억해야할 역사적 상흔들을 찾아가는 쿰 댄스컴퍼니의 춤으로의 역사기행은 익숙한듯하지만 낯 설은 공간에서 울림을 준다.

첫째 날 세 작품은 비교적 신선하게 자신감을 갖고 역사를 대하는 점진적 입장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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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희 안무의 '순수지속'

공주희 안무의 <순수지속>(durée pure)은 자연 속의 인간, 한민족의 얼과 뿌리, 미완의 존재물을 오브제로 침투성과 이질성의 섞임과 작용을 비유하여 춤의 본질에 접근한다. 지속이란 때마다 한꺼번에 새롭게 생성되는 한줄기 바람 속 ‘시간의 흐름’과 같다. 자유는 지속을 발견하고 몸을 맡김으로써 창조적 진화를 한다. 자연과 인간의 순수성과 지속성을 영상의 도움(도입부)을 받아 생명의 진화를 자신과 가장 닮은 모습의 거친 색채로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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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안무의 'Behold'

김재은 안무의 <Behold>는 ‘보라, 이 아픔’을 심화시켜 나간다. 적막하고 차디찬 공간에 갇혀 멈춰있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비명이 메아리쳐 오는 성벽이 외로움으로 둘러쳐지고, 빛마저 찾기 힘든 곳에서 광복을 그리는 염원을 담는다. 이를 설명하는 연진영 미술감독의 오브제는 쉽게 생산 학대된 모순을 다룬다. 참혹한 행위에 대한 비판과 가학・피학의 모습이 담긴다. 알루미늄 파이프는 쉽게 가학 행위를 통해 변형되고, 용접 행위는 직접적 고통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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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연 안무의 '붉은 그림자'

강소연 안무의 <붉은 그림자>는 햐얀 옷이 붉게 물들어 가는 현상을 통해 일제가 저지른 피의 만행을 고발한 작품이다. 조명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순백의 빛에서 서서히 붉게 물든 노을로 변해가고, 일제의 만행이 노골화 된다. 절정의 공포감이 퍼지는 한반도에 짙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 인간이라면 저질러서는 절대 안 될 일을 저지른 일제를 질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김장감과 박진감으로 군집미를 보여준 젊은 무용수들의 패기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둘째 날 네 작품은 강한 개성으로써 인접 장르와의 소통과 주제성 살리기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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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진 안무의 '동 冬 동'

임해진 안무의 <동 冬 동>은 서른다섯 번의 추운 겨울의 의미를 중첩시킨다. 임해진의 춤 연기와 황지영의 소리가 만나 듀엣을 이룬다. 대주제인 <흰 옷>이 그렸던 암울했던 역사적 시대를 하얗고 시린 겨울에 빗댄다. 강점되고 강탈당하고 지워져버린 시간들이 길고 진한 구음에 담겨 통한의 슬픔을 배가시키고, 사시나무 떨 듯 춤은 격렬을 동반한다. 긴 겨울 속에서 강제로 잃어버린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따듯한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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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안무의 '白, 33'

박성욱 안무의 <白, 33>은 경기도립무용단 소속 박성욱의 춤연기와 연극배우 조지영이 극성을 가미시켜 독립선언을 천명한 민족대표 33인의 의기를 담는다. 내년 기해년은 삼일운동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분주한 등・퇴장이 그 날의 분위기를 가져오며 단조로움을 깬다. 흰옷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던 모습은 거대한 흰 물결이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닌 단순하고도 논리적인 구성은 그날의 분위기를 함축하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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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찬 안무의 'Acht'

강요찬 안무의 <Acht>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강요찬을 포함하여 초심을 잃지 말자는 여덟 명의 무용수가 독립투사가 되어 역사 속으로 진입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속이거나 지금을 살아가는 이 시간 속에서도 매 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린다. 자신의 춤 작업이 독립운동과 다를 게 없다는 주장, 고된 흔적이 표현된다. 특정되지 않았더라도 함께 숨 쉬고 활동한 독립 춤꾼 여덟 명이 있었음을 기억해 달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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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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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 안무의 'Black'


서연수 안무의 <Black>은 현대무용가 류석훈과 듀엣을 이룬다. 이 작품은 역사의 흔적들이 뒤섞여 검정색이 되고 오늘을 이루고 있으며, 어둠속에서 빛을 보고자하는 염원을 담는다. 역사에 대한 기억과 생각들을 크기로 나누면서 ‘흰 옷’ 정신을 기리는 오브제로써 큰 부채(류석훈)는 시린 과거에 걸친 역사를 상징하고 작은 부채(서연수)는 역사를 잊고 살아가는 현재 우리의 모습으로써 작은 부채만큼이라도 역사를 직시해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큰 부채와 작은 부채 속에 한민족이 있었고, 부채를 통해 둘이 하나가 되며 한 벌의 ‘흰 옷’이 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부채로 아래치마와 윗저고리를 표현해내며 시각적 ‘흰 옷’과 ‘흰 옷’에 담긴 정신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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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미(예술총감독, 한양대 무용과 교수)

도입부와 종결부에 이용되는 북소리는 현재와 과거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장의 모든 소리를 핸드폰으로 녹음, 잭으로 연결해 음악으로 사용하면서 춤으로 풀어낸다. 작금의 시간, 관객들은 모든 소리에 귀 기울여 무거운 역사 속으로 들어가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린다. 라이브 영상은 다양한 앵글이 구현해내는 새로운 모습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한 애국선열들의 정신과 잊고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훑어간다. 서연수의 의지로 풀어낸 춤은 ‘묵간’의 의미와 ‘흰 옷’의 상징을 한층 심화시킨 미래지향적 양식미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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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수(쿰댄스컴퍼니 대표)

1998년 ‘묵간’을 슬로건으로 ‘춤으로 여는 세상’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한양대 한국무용 전공 춤꾼들 주축의 쿰댄스컴퍼니가 해마다 야심차게 기획한 공연이 제2단계에 진입했다. 뚝심과 솜씨, ‘시간의 나이’로 쓴 ‘쿰’의 주목할 작품들이 심화시킨 레퍼토리의 확장과 국제화에도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다양한 주제와 양식을 소화해온 무용단의 에너지를 해외에서도 발산시켜야 한다. 내년을 원년으로 삼을 참신한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장석용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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