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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철판의 녹’ 예술로 승화시키다…고원재 블루카이로스 사장

-엘랑비탈 사진집 발간

김종대 철강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18-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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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재 블루카이로스 사장.
일과 취미를 모두 잘해내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업을 잘 꾸려가면서 취미활동을 통해 전문 작가 칭호를 받는 이는 더욱 흔치 않다. “취미는 재능과 지혜처럼 훈련되어 빛을 낸다”고 했던, 스페인의 작가 ‘G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의 말대로 취미를 넘어 전문 사진작가 대열에 오른 기업인이 있다.

그는 철판에 피는 녹의 환상적인 색채를 카메라로 담아내 ‘엘랑비탈’이란 사진전시회를 개최했다. 철 스크랩회사 블루카이로스의 고원재 사장을 ‘글로벌이코노믹이 만난 사람’에 초대한다.

“철(鐵)이 밥이다. 내 삶이 그렇다. 철로 울고, 웃던 30년 삶속에 녹록치 않았던 인생이 녹아 있다.”

철의 녹을 예술로 승화 시킨 사진작품집 ‘엘랑비탈’에 쓰인 고원재 씨의 머리글이다. 그는 “철에게서 세상 살아갈 용기와 지혜를 배운다”고 말한다.

◇다양한 취미 가진 친 환경 사업가

고 사장은 철 스크랩 회사 ‘블루카이로스’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블루카이로스’ 사업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형 소나무 사진이다. 마치 거인이 걸어가는 형상이다. 권금성에서 찍은 800년 된 이 소나무 사진은 한국에 하나 밖에 없는 ‘라운드 샷’ 카메라로 담아냈다. ‘라운드 샷’은 렌즈가 360도 회전하면서 기이한 형상을 표출한다.

블루카이로스 사업장 담 벽에는 넝쿨 장미에서부터 소나무, 난, 수선화, 해당화, 원추리, 금당화 등의 꽃나무가 6월 한 낮의 강렬한 햇빛을 받아 철 스크랩 야적장 분위기를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고 사장의 사무실에는 1.2m 크기의 영국제 ‘탄노이’스피커가 손님을 압도한다. 단번에 사무실의 주인이 음악 애호가임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영국제 자전거 한 대가 조용히 벽에 기대어 있다. 고원재 사장의 이미지는 고철, 사진, 여행, 자전거라는 네 가지 단어로 축약된다.

고 사장의 첫 직장은 바다였다. 바다를 누비는 항해사를 꿈꿔 왔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철 스크랩업에 종사하게 됐다.

“원래는 교수가 꿈이었어요. 생업을 고민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철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제 철 스크랩은 제 삶의 행복입니다.” 시작은 고달픈 나날이었지만 이제는 튼튼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철 스크랩 업종의 미래도 밝다고 말한다.

“초창기에는 철 스크랩을 손으로 상하차를 했습니다. 겨울철에는 장갑이 철 스크랩에 달라붙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천지개벽할 정도로 기계화됐지요. 21세기의 철 스크랩 사업은 운영의 묘만 잘 살린다면 유망한 업종입니다.”

◇리얼다큐 사진작가 고원재

고 사장은 기업가이면서 리얼다큐 사진가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전문 사진작가이다. 새 작품집 ‘엘랑비탈’에는 철의 녹을 예술로 승화 시킨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를 발하는 ‘녹의 얼굴’을 찾아낸 원동력은 호기심이었다. 호기심은 그에게 사물을 인식하는 신세계를 제공했다.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더 깊이 몰입했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낸 결과였다.

그는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1년 이상을 집을 떠나기도 한다. 서서히 그만의 사진 작품 세계를 넓혀 갈 즈음 그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사진 작품 활동에 더 몰입했다고 한다.

“5년 전에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잠자는 시간 외에는 일요일도 없이 일을 했습니다. 형편이 나아지는 기미가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때, ‘비켈만’이라는 독일 철학자의 글을 읽었는데 ‘취미는 또 다른 인생의 맛이다’라는 대목이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어려움을 취미로 다스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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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랑비탈'에 수록된 작품으로 촬영 시간과 조건의 인위적인 선택을 통해 철판위에 핀 녹을 현란한 형태의 색채로 연출하고 있다.
◇철판에 피는 찬란한 색채의 ‘녹’

그는 철 스크랩 야적장에서 늘 보아오던 사물을 유심히 살폈다. 급기야는 철판에 피는 녹을 카메라 파인더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철판에서는 해체 생성이 반복됩니다. 철과 녹은 피할 수 없는 과학입니다. 철판이 공기와 접하면 녹이 발생하는데 겨울 여름 등 계절마다 피어나는 것이 다릅니다. 저녁 퇴근 할 때, 철판 위를 물로 청소해 놓고, 식초, 소금, 식용유와 같은 조미 재료를 부었을 때 나타나는 녹은 어떻게 변화 하는지 살폈습니다. 그리고 결정된 색채를 사진으로 촬영했죠.”

작품집 ‘엘랑비탈’에 담긴 사진들이 그것들이다. ‘철화’(鐵花), ‘폼페이의 축제’, ‘교황청의 비밀’, ‘폭풍우’ 등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탄생했다.

“사진은 대상에 대한 도전입니다. 사물들은 ‘당신은 내가 어떻게 보이냐’고 사진작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저는 그걸 찍어만 주면 되는 겁니다. 철판에 피는 녹은 해뜨기 전에 색온도차에 따라 변화합니다. 무엇을 뿌렸느냐에 따라 변화도 다르지요. 사진 촬영을 통해 생경한 변화를 마주 했던 추억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4번째 작품집 ‘엘랑비탈’을 발간하면서 어김없이 전시회도 가졌다. 본업이 아닌 사진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여는 이유는 사진작가로서의 의무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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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 임한리에서 소나무 사진 촬영중인 고원재 작가.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소나무 탐색

고 사장은 요즈음 다시 소나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나무와 인간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소나무 1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대표작품인 ‘권금성 소나무 사진’은 동국제강그룹 본사 회장실의 로비와 직원들의 근무 공간, 그리고 브라질 포르탈레자 주정부 청사 접견실에 걸려있다. 브라질 룰라 전 대령도 철판에 새겨진 소나무 사진을 소형 선물함으로 보관하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 10주기 추모 전시회에 그의 소나무 사진이 초대받기도 했다.

“소나무 1편은 근접 촬영이라면, 2편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소나무 세계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사진은 이제 고 사장의 일상을 넘어섰다. 그러나 취미는 인생의 곁가지라고 잘라 말한다.

“사진은 취미이죠. 사진으로 인생을 바꾸지 않아요. 작품 활동은 취미일 뿐이에요. 제 인생의 또 다른 곁가지일 뿐입니다.”

◇몰입은 행복의 원천

고 사장은 요즘은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 작년 추석에는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약 600km를 4박5일에 걸쳐 종주했단다. 그는 일탈이 아닌 혼자만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종합선물 세트 같은 행복감을 만끽했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하나의 취미를 만들고 있었다.

일과 취미에 심취하려면 어떤 대상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고원재 사장은 말한다. 취미활동에 몰입 하다보면 본업에 더욱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철, 사진, 여행, 자전거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행복한 삶의 추구였다.


김종대 철강칼럼니스트 김종대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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