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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식품학자가 본 ‘만나’의 의미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18-04-04 10:00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만나’는 이스라엘 민족이 40년간 광야생활을 할 때 먹었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광야에서 그들은 만나뿐 아니라 메추라기와 물도 먹고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메추라기와 물보다 만나가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 그럴까? 메추라기와 물은 원래 자연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만나는? 만나는 ‘무엇’이라는 뜻의 ‘mann’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만나는 생소하면서 신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나는 밤새 천둥과 번개가 만들어 비처럼 내린 것일까? 글쎄….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인 데다가 겪지 않은 일이니,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영성적 차원에서 믿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꿈틀거리는 식품학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혹시 만나도 메추라기처럼 자연에 존재한 건 아닐까? 이스라엘 민족이 살았던 이집트에는 없었다 해도, 시나이 광야에는 이미 있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네이버 화학대사전을 찾아보니 ‘만나는 위성류에 속하는 나무에 기생하여 진액을 먹는 곤충의 분비물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어이없어 보이는 면도 있지만, 그래도 이 설명을 토대로 유추해보기로 하자. 곤충은 나무 진액을 먹으면서 영양소를 얻고 분비물을 내보낸다. 분비물에는 여전히 당이 남아있고, 당을 함유한 분비물이 건조한 기후로 인해 농축되고, 새벽에 기온이 낮을 때 결정화될 수 있다. 이 결정이 마르면서 알갱이 모양으로 나뭇가지에서 후두둑 떨어진 것이 바로 만나일지 모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침에 땅에 널린 알갱이들을 모아들였는데, 낮이 되면 알갱이들이 햇볕에 녹았다고 한다. 따라서 만나는 온도가 높아지면 녹을 수 있는 당이 주성분인 탄수화물식품으로 볼 수 있다. 성경에 만나의 빛깔은 희고, 맛은 달았으며, 가루로 빻아 냄비에다 구워 과자를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만나는 단맛이 있고, 탄수화물 위주의 영양소도 있으며, 불에 구워 가열 조리했기 때문에 먹기에 안전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만나는 맛, 영양, 안전성을 지닌 음식 재료였음에 틀림없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식구 수에 맞춰 만나를 일정량만 모아들였는데, 필요한 양보다 많이 모아먹고 남을 경우 벌레가 들끓고 냄새가 났다고 한다. 아마도 만나의 수분함량이 적지 않았을 것 같고, 미생물이나 곤충 등에 의한 오염 가능성도 있어, 저장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낮에 뜨거워지는 광야의 높은 온도에서 쉽게 변질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만나가 ‘멎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더 이상 만나를 먹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아마 비옥한 가나안 땅에는 광야에 있던 위성류 나무도 없고, 나무에 기생하던 곤충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만나도 생기지 않았을 것으로 미루어볼 수 있다. 그들은 만나 대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농작물을 먹었을 것이다.
이제 만나는 사라졌지만, 만나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았다. 만나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생명’을 유지하여 주었다. 만나가 없었다면 이스라엘 민족은 지속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또한 만나를 통해 나눔의 ‘정의’가 실현되었다. 매일 식구 수 만큼 일정량만 모아들이게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만나는 ‘절제와 균형’도 가르쳐주었다. 아무리 욕심내 많이 모아들여도 변질될 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체험하게 했기 때문이다.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사진없는 기자

김석신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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