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브라질·인도 등 주요 교역국에 잇따라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대 중국 반도체 수출에 15% 수준의 사실상 수출세를 매기면서 미국의 무역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고 사례’가 될 수는 있지만 아직 세계 경제 전반에 대형 충격을 줄 수준은 아니라며 13일(현지시각) 이같이 분석했다.
◇ 스위스·브라질·인도·반도체까지 확산된 임기응변 관세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스위스산 수입품에 39% 관세를 부과했다. 부과 사유가 뚜렷하지 않디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브라질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관세를 적용했다.
트럼프는 또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판매하는 반도체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새로운 부담금도 도입했다. FT는 “첨단기술 차단이 목적이라면 15%로는 효과가 없고 세수 확보가 목적이라면 중국의 구매를 저해하지 않아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턴베리 시스템’…즉흥적 합의의 상징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트럼프식 관세 운영 방식을 ‘턴베리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스코틀랜드 턴베리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비구속적 관세 합의안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일본의 5억5000만 달러(약 7경589조원) 규모 국부펀드 조성 약속이나 영국 철강 관세 완화 합의 등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FT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녹색기술 보조금 중심 산업정책과 달리 ‘턴베리 트럼포노믹스’는 해외에서 모방 사례가 없다”고 전했다.
◇ ‘악영향’은 분명…그러나 대공황급 위기는 아직
다만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이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흔들 위기는 아니라고 FT는 평가했다. 대신 FT는 “연방준비제도와 통계당국 같은 독립 경제기관을 약화시키는 행위는 관세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