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에도 10월 동결 전망 우세…워시 의장·연준 인사들 엇갈린 신호에 투자자 혼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0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이번 주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해졌다.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지만 금융시장은 경제지표보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에 더 크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사전 정책 예고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투자자들이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 의존하면서 통화정책 전망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오는 28일(이하 현지시각) 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경제지표와 정책당국의 신호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금리스와프 시장에 반영된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15% 미만으로 낮아졌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AI 산업의 성장 둔화가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9월 연준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시장에서는 10월과 12월에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했다.
이후 연준 고위 인사들이 연달아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블룸버그는 “경제지표만으로는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연준의 정책 신호가 투자자들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물가 예상 웃돌아도 동결 전망 우세…연준 발언의 영향력
금융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14일 미국 물가지표 발표 당시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최근 5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높아진 것으로 확인되자 10월 금리 인상 확률은 발표 전 약 20%에서 한때 50% 수준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인상 전망은 곧 후퇴했고 당일 거래가 끝날 무렵에는 상승분 대부분이 사라졌다.
시장 참가자들이 물가 상승이라는 경제지표보다 연준 관계자들이 앞서 전달한 금리 동결 신호에 다시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TD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고객들에게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반대하는 투자전략을 권고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발표되자 골드버그와 그의 팀은 투자전략을 철회할지 논의했지만 시장이 빠르게 반전하면서 실제로 전략을 철회할 기회조차 없었다.
블룸버그는 “당시 주식 매도세와 AI 투자에 대한 불안, 프랑스의 정치·재정 긴장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지만 연준 인사들의 동결 신호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세이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제지표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인상과 동결을 가르는 핵심 요인은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네이션와이드의 캐시 보스탄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 정도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 연준 인사들 잇단 신중론…인상 확률 70%서 급락
시장의 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낮아진 데는 연준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미국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연말에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시장의 전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당장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10월 인상 확률은 약 70%에서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어 10월 1일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인상 확률은 약 25%까지 떨어졌다.
8일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연속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반드시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면서 동결 전망이 더욱 굳어졌다.
보스탄치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관계자들이 금융시장에서 예상하는 금리 인상 속도가 실제 정책당국의 판단보다 지나치게 빠르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연준 인사들이 잇따라 발언을 통해 시장의 과도한 긴축 전망을 진정시켰다는 해석이다.
◇ 워시 의장, 사전 정책 예고 축소 강조…시장은 여전히 연준 발언 의존
연준의 통화정책 소통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워시 의장은 금융시장이 연준의 발언보다 경제지표를 토대로 향후 금리 경로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연준이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금융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의 구상과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밝힐 때마다 시장의 인상 전망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여전히 정책당국의 발언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경제연구 책임자는 “워시 의장의 발언과 다른 연준 인사들이 전달하는 신호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금융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행사에서도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리 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연준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으며 과거처럼 정책 방향을 사전에 예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워시 의장이 10월 금리 동결 전망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지만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신호를 내놓지는 않았다.
도이체방크의 매슈 루제티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금리 전망과 정책당국의 판단에 차이가 있을 때 연준 인사들이 발언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조정하는 것은 전통적인 소통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발언이 없었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루제티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개별 경제지표 하나보다 전체적인 물가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개월 동안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 28일 금리 결정 주목…경제지표·정책 신호 괴리 해소될까
연준은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동결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특히 워시 의장이 금리 결정 이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가 관심이다.
이번 주에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다.
29일에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지표가 발표된다.
이들 지표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와 물가 압력을 판단하고 연준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한편, 연준의 통화정책 소통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사전 정책 예고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정책당국의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워시 의장의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정책 방향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실제로는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시장 기대를 조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TCW그룹의 제이미 패튼 글로벌 금리 공동책임자는 “시장이 따라야 할 정책 소통의 원칙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해졌음에도 경제지표와 연준의 정책 신호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서 투자자들이 예상 밖의 정책 결정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