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4년 반 만에 최대 상승·소매판매 호조에도 연준 신중론 유지
유로·파운드 반등한 반면 호주달러 하락…경기지표 따라 통화별 차별화
유로·파운드 반등한 반면 호주달러 하락…경기지표 따라 통화별 차별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생산자물가가 4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소매판매도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금융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10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평가했다.
높은 물가와 견조한 소비가 확인됐음에도 연준이 즉각적인 추가 긴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가 국채금리 하락과 함께 약세를 보였지만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은 엇갈렸다.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가 반등한 반면 호주달러는 자국 고용지표 악화로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강한 물가와 소비지표에도 투자자들이 연준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부채 문제에 주목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44% 하락한 102.00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전날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18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이날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
◇생산자물가·소비 동반 강세에도 금리 동결 전망 우세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는 상품과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4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에너지 가격 상승뿐 아니라 다른 상품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물가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14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물가 지표뿐 아니라 소비와 고용 관련 지표도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9월 소매판매는 시장 전망보다 많이 증가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소매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소비 수요와 노동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일반적으로 높은 물가와 견조한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금리 동결 확률은 72%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의 53%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직후에는 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지만 이후 연준 인사들의 신중한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 진정됐다.
◇연준 인사들 추가 긴축에 신중…물가 상승 이미 반영됐나
미셸 보먼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추가적인 경제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의 발언은 예상보다 높은 물가 지표가 곧바로 이달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시장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영국 런던의 금융거래업체 LMAX그룹의 조엘 크루거 시장전략가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연준의 긴축 가능성이 이미 금융시장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국채금리와 달러화가 추가로 상승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회사 모넥스USA의 후안 페레스 거래 담당 이사도 “외환시장이 9월 중순부터 이어진 달러화 상승세에서 잠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달러화 강세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의지가 있다는 시장의 신뢰에 힘입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발언에도 주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의 발언은 이달 연준의 금리 결정 방향을 가늠할 추가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업 부채 불안에 국채금리 하락…물가 상승 효과 상쇄
미국의 높은 물가에도 국채금리가 하락한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자금조달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차입한 기업들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AI 관련 주식에 매도 압력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사들이자 국채 가격이 상승하고 수익률은 하락했다.
이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메시로우 커런시 매니지먼트의 우토 시노하라 수석 투자전략가는 “반도체주 매도세가 채권시장을 지지하면서 물가 상승 신호에도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달러화 자산의 상대적인 수익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외환시장에서는 이러한 국채금리 하락 효과가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지표에 따른 달러 강세 압력을 상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유로·파운드 반등…호주달러는 고용 감소에 약세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 통화는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48% 상승한 유로당 1.1210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유로화는 달러 강세 영향으로 18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이날 반등하면서 약 두 달 만에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파운드화도 달러 대비 0.45% 상승한 파운드당 1.3251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경제가 지난 8월 예상과 달리 0.1% 성장했다는 발표가 파운드화 상승을 뒷받침했다.
반면 호주달러는 달러화의 전반적인 약세에도 하락했다.
호주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0.88% 떨어진 0.6911달러에 거래됐다.
호주의 9월 고용이 시장 예상과 달리 감소했다는 발표가 호주달러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 대비 0.32% 상승해 달러당 157.82엔을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 통화정책 전망이 주요 외환시장의 공통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개별 국가의 경제지표가 통화별 움직임을 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물가보다 연준의 대응 주목…외환시장 관심 이동
이번 시장 흐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높은 물가 상승률 자체보다 연준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판단이 외환시장에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잇따라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연준이 즉각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높은 물가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함께 연준이 추가 긴축을 결정하는 데 얼마나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지 지켜보고 있다.
AI 기업들의 부채 문제로 인한 주식시장 불안이 미국 국채 수요를 자극하면서 국채금리와 달러화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NBC가 인용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지만 연준의 긴축 가능성이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달러화가 추가로 강세를 이어갈 여지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27~28일 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높은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 가운데 어느 요인이 통화정책 전망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가 외환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