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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자들, 배우자 찾기에 6억원 쓴다…美 중매업 호황

앤스로픽·엔비디아 직원들 전문 중매업체로…VIP 서비스 50만달러 넘어
AI 붐에 신흥부자 급증·데이팅 앱 피로감 확산…인간 중매인 몸값 상승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북부에서 미혼인 친구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만남 행사 '데이트 마이 메이트'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북부에서 미혼인 친구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만남 행사 '데이트 마이 메이트'가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술기업 종사자들이 배우자를 찾기 위해 최고 50만달러(약 6억6600만원)가 넘는 돈을 전문 중매업체에 지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술 혁신을 이끄는 AI 기업 직원들이 정작 자신의 연애와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고리즘 대신 인간 중매인의 도움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실리콘밸리에서 AI 산업의 호황으로 신흥부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전문 중매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23년째 중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에이미 앤더슨 링크스데이팅 창업자는 최근 퍼플렉시티, 앤스로픽, 엔비디아 등 AI 기업 직원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AI 산업의 성장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중매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운영하는 링크스데이팅의 서비스 이용료는 최소 7만5000달러(약 9990만원)부터 시작하며 최고급 서비스는 50만달러를 넘는다. VIP 고객들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거나 약혼·결혼에 성공하면 수십만달러의 추가 성과보수까지 지급하기도 한다.

◇AI 신흥부자 늘자 중매업체 호황…최고 50만달러 넘어

실리콘밸리에서는 과거에도 기술기업의 성장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등장했지만 최근 AI 산업이 만들어내는 부의 증가 속도는 유례없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AI 기업에서는 중간 직급 직원들도 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정도로 주식 가치가 급등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앤스로픽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창업자 가운데 억만장자 7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분을 보유한 인력 가운데 자산 1억달러 이상 부자가 약 50명, 1000만달러 이상 부자가 약 12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새로운 부는 자산관리와 자선기부, 정치 후원 등 다양한 분야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며 전문 중매 서비스도 수혜를 보고 있다.

링크스데이팅은 약 2만5000명의 미혼 남녀가 등록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앤더슨은 고객에게 적합한 상대를 찾기 위해 각종 행사와 온라인,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한다. 단순한 만남 주선을 넘어 외모와 이미지 관리, 전문 사진 촬영, 데이트 전후 상담까지 제공한다.

현재 고객의 연령대는 20세부터 75세까지 다양하며 남성과 여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서비스 가격은 계약 기간과 상대를 찾는 과정의 복잡성, 소개 횟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고액의 비용에도 고객들이 몰리는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연애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은 많은데 연애할 줄 몰라"…기술기업 창업자도 고민

샌프란시스코에서 중매업체 AWM러브를 운영하는 캐신디 차오는 AI 산업의 호황을 '골드러시'에 비유했다.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다 2015년 중매업에 뛰어든 차오는 주로 아시아계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AI와 기술 분야는 지금 골드러시와 같다"며 "사람들이 엄청난 시간을 일에 쏟아붓다가 어느 날 문득 곁에 배우자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차오의 중매 서비스 이용료는 4만달러(약 5328만원)부터 시작한다. 지금까지 받은 최고 이용료는 25만달러(약 3억3300만원)에 달한다.

그는 고객들이 단순히 많은 사람을 소개받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적합한 상대를 찾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28세 몬티 응안도 비슷한 고민을 겪었다.

그는 실리콘밸리 창업자 상당수가 20대 대부분을 회사 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연애와 인간관계에 충분한 시간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응안은 "어느 날 서른 살이 돼서 깨어나 보니 돈은 엄청나게 많지만 어떻게 연애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오에게 상담받은 뒤 데이팅 앱을 좀 더 신중하게 활용하는 방법과 자신이 원하는 상대의 조건을 정리했다. 이후 올여름 앱을 통해 현재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고액 중매 서비스가 반드시 상대방을 직접 소개해야만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다.

차오 역시 고객이 원하는 조건과 실제로 필요한 배우자의 특성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내 잃은 64세 변호사도 이용…30여 차례 만남 끝에 연인 찾아

블룸버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일한 조너선 액설래드(64)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아내를 잃은 뒤 다시 연애를 시작하려 했지만 1980년대 이후 데이트 경험이 없었다.

최근에는 소규모 AI 기업의 자문역으로 활동하면서 전문 중매 서비스를 이용할 경제적 여유도 갖추고 있었다.

액설래드는 처음 서비스 계약서에 제시된 금액을 보고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에이미가 계약서를 내밀던 날 가격을 보고 숨이 막힐 뻔했다"면서도 "인생의 동반자를 정말 원한다면 그만한 희생을 감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액설래드가 이용한 서비스에는 심층 면접과 이미지 관리, 의상 교체, 전문 사진 촬영, 지속적인 연애 상담, 무제한 상대 소개 등이 포함됐다.

앤더슨은 그에게 약 36차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화상회의로, 나머지는 대면으로 진행됐다.

액설래드는 만남을 이어가던 중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아심리학자 크리스틴 그레이를 소개받았다.

두 사람은 몇 달 뒤 진지한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현재 2년 넘게 교제하고 있다.

액설래드는 고등학교 시절 만난 첫사랑과 결혼해 살아왔기 때문에 아내를 잃은 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방법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 피로감도 중매시장 키워…이용료 수천만원

전문 중매 서비스가 성장하는 배경에는 AI 신흥부자의 증가뿐 아니라 기존 데이팅 앱에 대한 피로감도 있다.

블룸버그는 데이팅 앱에서 끊임없이 상대방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방식에 지친 사람들이 직접적인 만남과 전문가의 도움을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전문 중매업체 스리데이룰은 현재 1000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검증한 미혼 남녀 네트워크 규모는 32만5000명을 넘는다.

고객은 주로 기술과 금융, 법률 분야에서 일하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상당수는 연간 20만달러(약 2억6640만원) 이상을 벌고 있으며 전체 고객의 약 60%가 여성이다.

이 업체의 이용료는 3개월 서비스 기준 6300달러(약 839만원)부터 시작한다.

전담 중매인 배정과 정기적인 상대 소개, 상담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16개월 동안 중매인과 상담사를 상시 이용할 수 있는 고급 서비스는 10만달러(약 1억3320만원)에 달한다.

보다 대중적인 중매 서비스인 토키파이도 이용료가 약 4900달러(약 653만원)부터 7만달러(약 9324만원)에 이른다.

이 업체는 월간 활성 고객 약 4000명과 300만명의 미혼 남녀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애틀에서 AI 관련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는 브래드 거팅(47)은 데이팅 앱을 이용하다 전문 중매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그는 기존 앱에서 상대를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 피상적이고 진지한 관계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느꼈다.

거팅은 처음 이용하려던 고급 중매업체에서 6개월에 4만달러를 요구받았지만 상담 과정에서 순자산 규모부터 질문받자 실망했다.

이후 토키파이로 옮긴 그는 몇 달 동안 세 사람을 소개받았고 이들 모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AI 기업 직원들은 가격에 놀라지도 않아"…인간 중매의 가치 재평가

전문 중매업체들은 AI 시대에도 인간관계 형성에는 사람의 판단과 조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연애 상담과 중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레인 앤더슨은 기술기업에 근무하는 남성 고객들이 실제 대면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업무와 여가 대부분을 컴퓨터 화면 앞에서 보내기 때문에 상대방과 직접 대화하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연습을 권한다.

상담에는 자세와 몸짓, 말하는 속도, 취미와 직업을 설명하는 방법, 문자메시지 대화법 등도 포함된다.

블레인 앤더슨의 서비스 이용료는 3만5000달러(약 4662만원)부터 15만달러(약 1억9980만원)까지 다양하다.

그는 최근 앤스로픽과 오픈AI 직원들로부터 상담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블레인 앤더슨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중매 서비스 가격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 고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 중매업계에서는 데이팅 앱이 제공하기 어려운 개별 상담과 실제 인간관계 형성 지원을 차별화된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스리데이룰의 에리카 캐플런 회원 담당 부사장은 최근 5년 동안 전문 중매 서비스가 더욱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어떤 데이팅 앱을 사용해야 하는지가 주요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앱이 효과가 없을 때 어떤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 중매인이 반드시 원하는 상대를 찾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오는 "원하는 사람을 누구든 찾아줄 수 있다고 약속하는 중매인은 허풍을 떠는 것"이라며 중매인도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탄생한 신흥부자들이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하는 가운데 전문 중매 서비스도 그 수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자신의 연애와 결혼 문제에서는 인간 중매인의 도움을 선택하는 현상이 AI 시대의 새로운 고급 서비스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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