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 폭증에 HDD ‘퇴출론’ 후퇴…고성능 SSD·대용량 HDD 역할 분담
QLC SSD-HDD 가격 격차 15배…씨게이트·WD는 ‘100TB 시대’ 준비
QLC SSD-HDD 가격 격차 15배…씨게이트·WD는 ‘100TB 시대’ 준비
이미지 확대보기1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에서는 학습·추론 과정에서 즉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데이터에 기업용 SSD(eSSD)를 쓰고, 장기간 축적되는 원천 데이터와 로그·결과물 등은 HDD에 저장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AI가 생성한 데이터가 다시 학습과 추론에 활용되면서 저장해야 할 데이터 자체가 누적되는 점도 HDD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데이터의 활용 빈도와 요구되는 성능에 따라 SSD와 HDD를 병행하는 계층형 저장 구조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면서 “AI 학습·추론 과정에서 실시간 접근이 필요한 데이터는 고성능 SSD에, 장기 보관이나 접근 빈도가 낮은 대용량 데이터는 HDD에 저장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체라기보다는 병행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HDD 퇴출론과 달리 관련 업체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 씨게이트의 2026회계연도 매출은 121억9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씨게이트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용량 저장 수요 확대를 실적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AI가 데이터 생성량뿐 아니라 보관해야 할 데이터 규모까지 함께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웨스턴디지털(WD)도 전체 매출의 약 90%가 AI·클라우드와 연계된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WD가 올해 글로벌 고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저장장치 구성을 파악하고 있는 응답자의 70%가 전체 저장용량의 절반 이상을 HDD로 운용한다고 답했다. HDD 비중이 75%를 넘는다는 응답도 35%였다.
SSD가 HDD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용 SSD 계약가격은 전분기보다 20~25% 상승했다. 특히 대용량 저장에 쓰이는 QLC 기반 기업용 SSD와 HDD의 GB당 가격 차이는 최대 15배까지 벌어졌다. AI발 eSSD 수요 확대와 낸드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대규모 데이터를 SSD만으로 저장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HDD 업체들은 용량 확대를 통해 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씨게이트는 열보조자기기록(HAMR) 기술을 적용한 ‘Mozaic 4+’를 기반으로 40TB를 웃도는 제품을 내놓고 향후 드라이브당 100TB 이상으로 용량을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WD 역시 40TB급 제품 개발에 나선 데 이어 HAMR을 적용해 100TB 이상으로 용량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DD 수요 회복이 SSD 시장의 위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기업용 SSD 비트 수요가 전년보다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추론 인프라 확대와 실시간 데이터 검색·캐싱 수요 증가가 주요 성장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PCIe 6.0 기반 기업용 SSD를 앞세우고 있고, SK하이닉스는 고단 QLC 낸드와 자회사 솔리다임의 고용량 eSSD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결국 AI 시대의 저장장치 경쟁은 ‘SSD가 HDD를 언제 없애느냐’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느 저장장치에 배치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향후 QLC eSSD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HDD가 담당해온 영역을 추가로 잠식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가격 격차가 이어지는 한 고성능·실시간 처리에는 SSD, 초대용량·장기보관에는 HDD를 활용하는 계층형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