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이 전환 가속…인도·아프리카 태양광 급증
이미지 확대보기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신흥국들이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미국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란 전쟁이 이런 흐름을 한층 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석유와 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화하는 동안 일부 신흥국은 값싼 태양광과 배터리 등 청정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면서 과거 선진국들이 거쳤던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화 단계를 건너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고어 전 부통령은 전날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불과 몇 달 사이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며 각국이 에너지 정책을 다시 검토하고 청정에너지 전환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태국과 파키스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실질적인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산 청정에너지 기술 수출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현재 지속가능 투자회사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회장을 맡고 있다.
◇“화석연료 산업화 단계 건너뛸 가능성”
제너레이션은 17일 공개한 ‘2026 지속가능성 동향 보고서’에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성장의 기반을 청정전력에 두면서 기존 선진국들이 거쳤던 화석연료 집약적 산업화 단계를 건너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를 청정에너지 전환의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인 ‘도약’이라고 표현했다.
신흥국이 석탄과 석유 사용을 크게 늘리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등을 바탕으로 바로 전력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제너레이션은 인도를 이 같은 변화가 현실화할지를 보여줄 가장 중요한 시험대로 꼽았다.
인도는 오랫동안 석탄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어왔지만 태양광 발전이 현재 연간 4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태양광 발전량은 2025년 54% 증가했으며 올해 전체 전력 생산의 약 10%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까지 합치면 비중은 약 15%에 이를 전망이다.
고어가 이끄는 제너레이션은 “이런 변화가 신흥국들이 과거 중국이나 서방 선진국의 산업화 경로를 그대로 따르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 뒤 중국산 태양광 수입 급증
이 같은 전환은 이란 전쟁 이후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 전쟁으로 세계 석유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은 지난 2월 28일 시작됐으며 불과 몇 주 뒤부터 일부 신흥국에서 대체 에너지원 확보 움직임이 빨라졌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기술의 3월 수입은 전월보다 케냐에서 207%, 에티오피아에서 391%, 나이지리아에서 519% 각각 증가했다.
중국은 세계 태양광 기술 생산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값싼 중국산 제품이 초기 태양광 설치 규모가 작은 신흥국의 보급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이런 전환이 이미 빠르게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스 공급 차질과 정전이 이어지자 가정과 기업이 태양광 패널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태양광이 현재 파키스탄 전력 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제너레이션은 추산했다.
◇청정전력 확대, 화석연료 수입비 49조원 절감
청정전력 보급 확대는 에너지 수입 비용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의 첫 5개월 동안 2020년 이후 추가로 확보된 청정전력이 화석연료 수입국의 석탄과 가스, 석유 수입비를 약 360억달러(약 49조2900억원) 줄인 것으로 추산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 급등에 대한 충격을 줄이는 수단으로 청정에너지의 경제적 가치가 커진 셈이다.
고어 전 부통령은 최근 4년 사이 화석연료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 두 번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를 에너지 전환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신흥국 정책 방향 엇갈려
고어 전 부통령은 신흥국의 청정에너지 확대와 미국의 정책 방향을 대비해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된 청정에너지 지원정책 상당 부분을 철회하거나 축소하고 석유와 가스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제너레이션 보고서는 미국 연방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해상풍력 등 일부 분야에서 정책 변화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육상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전력수요 증가분의 60% 이상을 태양광이 담당했으며 전체 청정에너지는 증가분의 70% 이상을 공급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신흥국들이 중국산 태양광과 배터리 등 값싼 청정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동안 미국이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이동한다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기술과 산업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 전쟁에 따른 디젤 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이 미국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화당 내부에서도 에너지와 전쟁 비용을 둘러싼 논의가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란 공격의 경제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미국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서 결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신흥국들이 청정에너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과거 선진국들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산업화 경로와 다른 새로운 성장모델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세계 에너지시장과 산업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