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당국의 한국형 노형 배치 난색으로 원전 합의 서명 보류
- 잔여 투자금 243조 원 묶인 채 AP1000 위주 재편 위기
- 기자재 하도급 납품 전락 우려 속 웨스팅하우스 지분 협상 충돌
- 잔여 투자금 243조 원 묶인 채 AP1000 위주 재편 위기
- 기자재 하도급 납품 전락 우려 속 웨스팅하우스 지분 협상 충돌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이 추진해 온 3500억 달러(약 478조 45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원전 건설 합의가 미국 측의 난색으로 지연됐다.
미국원자력학회 전문 매체 뉴클리어뉴스와이어는 2026년 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관리들이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자국 내 도입을 주저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투자 양해각서 서명이 미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일정 차질은 전년도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합의 조건과 맞물리며 한국 원전 업계의 미국 내 사업 반경을 좁힐 수 있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서명 늦춰진 대미 원전 투자
한미 양국은 지난주 후반 투자 합의 서명을 맺을 예정이었으나 원전 배치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일정을 넘겼다. 한국 측은 텍사스 발전 사업 추진을 확정했으나 원전 부문 합의는 여전히 미완의 상태다.
양국은 2025년 7월 478조 45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합의에서 1500억 달러(약 205조 500억 원)은 조선 부문에 배정됐고 나머지 2000억 달러(약 273조 4000억 원)은 에너지와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안보 관련 사업 영역으로 남겨뒀다. 최근 텍사스 가스발전 사업 추진이 공식화됐지만 원전 사업의 향방은 확정되지 않았다.
243조 원 용처와 노형 갈등
가스발전 투자를 제외하면 1780억 달러(약 243조 3260억 원)에 달하는 잔여 투자금의 구체적 사용처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 자금의 상당액은 미국 내 최대 여덟 기의 대형 원전을 짓는 구상에 투입될 계획이었다.
잠정안에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여섯 기와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두 기가 포함됐다. 두 노형은 모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을 확보한 상태다. 설비 용량은 AP1000이 1110MWe, APR1400이 1400MWe 규모다.
현재 상업 가동 원전은 APR1400이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각 네 기씩 총 여덟 기이며 AP1000은 미국 두 기와 중국 네 기 등 총 여섯 기에 이른다.
노형 배치가 꼬인 배경에는 양국 기업 간 지식재산권 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APR1400 수출 금지 소송을 제기한 뒤 2025년 한수원과 분쟁 해결에 합의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한수원은 수출 원전 한 기당 50년간 8억 2500만 달러(약 1조 1277억 원) 상당의 물품과 사용료를 지급하고 북미와 유럽, 일본 수출을 제한받는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재 납품 축소 리스크
미국 측이 APR1400의 본토 배치를 최종적으로 제외할 경우 한국 원전 공급망의 수익 구조는 제약을 받는다. 한국 기업의 역할이 원전 종합 시공과 주기기 주관 공급에서 물러나 AP1000 사업의 하도급 부품 제작으로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가치사슬에서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주요 제작사는 대형 단조품 가공 능력을 갖췄으나 독자 노형 수출이 배제되면 단순 부품 납품으로 수주 성격이 바뀐다.
한국 측이 추진하는 웨스팅하우스 소수 지분 인수 협상 역시 기존 수출 제한 합의와 얽히며 복잡성을 키우고 있다. 반면 미국 전력망의 공급 병목이 심화해 건설 공기 준수 능력이 검증된 APR1400을 미국 당국이 정책적으로 수용할 경우 한국 기업의 시공 지분은 유지될 여지가 있다.
향후 진행될 잔여 투자금 협상에서 APR1400의 최종 채택 여부와 웨스팅하우스 지분 거래 협의가 향방을 가를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