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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멈춘 유럽선 판매 0%… ASML 첨단 노광장비 한국 쏠림 심화

- 2분기 유럽 매출 비중 0% 기록… 신규 팹 착공 실종에 안방 공급망 차단
- 상반기 장비 도입 순위 한국 1위 차지… 대만·중국 잇따르며 아시아 설비 독주
- 최선단 공정 선점 물리적 발판 마련… 대규모 설비투자 감가상각비 상존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이 올해 2분기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 시스템 판매 비중 0%를 기록하며 현지 생산 거점 실종 실태를 공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이 올해 2분기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 시스템 판매 비중 0%를 기록하며 현지 생산 거점 실종 실태를 공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 ASML이 올해 2분기 안방인 유럽 시장에서 시스템 판매 비중 0%를 기록하며 현지 생산 거점 실종 실태를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26922(현지시각) ASML 고위 임원의 발언을 전하며 유럽 반도체 산업이 설비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질 위기에 빠졌다고 알렸다. 최신 장비 수급이 한국,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거점으로 쏠리면서 한국 반도체 제조사는 핵심 설비 선점과 설비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동시에 마주하는 국면이다.

안방 유럽서 장비 판매 전무… 신규 팹 착공 지연이 부른 공급 공백


프랭크 헴스케르크 ASML 글로벌 공공정책 담당 수석부사장은 92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행사에서 유럽 시장 내 장비 공급 정체를 직설적으로 지목했다. 그는 유럽에 새로운 칩 제조 공장이 들어서지 않고 투자가 정체되면서 대륙 내 장비 판매 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생산능력 확장을 네덜란드 본토에서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럽 각국 정부의 신속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은 지난 2023년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반도체법을 출범시켰으나 실제 양산 공장 착공을 이끌지 못했다. 유럽연합 감사기구는 지난해 발표한 평가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세계 생산 점유율을 20%로 두 배 확대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 제조사들의 현지 공장 건설이 지연되면서 최신 노광 장비 반입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 상반기 장비 도입 1위… 미국과 인도의 러브콜 속 아시아 쏠림 가속


유럽의 정체와 달리 아시아 시장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ASML 장비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ASML 공식 실적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누적 순 시스템 매출에서 한국이 국가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대만과 중국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유럽의 비중은 2025년 연간 1% 수준에서 20262분기 기준 0%로 내려앉았다.

각국 정부의 설비 유치 경쟁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헴스케르크 수석부사장은 중국과 인도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자국 내 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은 지난 5월 인도 타타 일렉트로닉스와 현지 칩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 역시 ASML 전체 연구 활동 가운데 약 25%를 차지하는 미국 내 연구개발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초격차 발판 확보 속 설비투자 고정비 부담 잠재

ASML 장비의 아시아 집중은 최선단 반도체 제조 주도권이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 생산 거점에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극자외선을 비롯한 첨단 노광 장비가 한국 제조사로 우선 배정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와 선단 파운드리 생산 라인의 수율 안정화 속도를 높일 기반을 확보했다.

장비 선점은 긍정적 요소이지만 막대한 자본적 지출에 따른 재무 부담이라는 역효과도 동반한다. 최첨단 노광 장비가 한국 팹으로 집중 반입될 경우 장비 감가상각비가 가파르게 상승해 제조사의 단기 수익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일시 조정을 받거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고가 설비의 감가상각 고정비가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은 생산 기반이 멈춰선 유럽을 뒤로한 채 아시아 제조 축과 미국 설계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반도체법 개편 움직임과 더불어, 설비를 선제 확보한 한국 기업들이 자본 지출 부담을 상쇄하며 목표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의 핵심 주시 사항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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