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재정적자·기간 프리미엄·워시 불확실성 겹쳐
AI 투자용 채권 발행 급증도 수급 부담
AI 투자용 채권 발행 급증도 수급 부담
이미지 확대보기막대한 미국 정부 부채와 인공지능(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 발행 증가, 장기채 보유에 대한 기간 프리미엄 상승,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동시에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지만 최근의 급격한 움직임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근 국채금리 급등의 핵심이라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전쟁이 끌어올린 디젤값…인플레 우려 재점화
이란 전쟁과 에너지 공급 차질은 물가 전망을 다시 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무산된 데다 우크라이나가 주요 석유제품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올여름 디젤 가격이 크게 뛰었다.
다우존스 에너지에 따르면 2일 미국 전국 평균 디젤 소매가격은 갤런당 5.68달러(약 7720원)를 넘어섰다. 1년 전보다 약 2달러(약 2720원) 높은 수준이다.
이는 올봄 페르시아만에서 교전이 시작되고 호르무즈해협 운항에 차질이 발생했을 당시 기록한 고점보다 1센트도 낮지 않은 수준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사상 최고치와도 13센트 차이에 불과하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10월 인도분 디젤 선물가격은 최근 일주일 동안 약 13% 상승했다.
디젤은 트럭, 열차, 건설장비, 농기계 등에 폭넓게 사용돼 휘발유보다 생산·운송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WSJ은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 40조달러 美부채·AI 채권도 장기금리 압박
전쟁만이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총 국가부채는 지난달 처음으로 40조달러(약 5경4360조원)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이 보유한 미 연방정부 부채 비율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 경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비슷한 현상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국채금리 상승이 정부에 부채 축소 압력을 가하고 있고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감세 논쟁 속에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여기에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들의 채권 발행 급증도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 기간 프리미엄 상승…전쟁 이후 변화 가장 커
투자자들이 재정정책이나 채권 공급 증가를 얼마나 우려하는지는 ‘기간 프리미엄’에서도 나타난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장기채를 보유하면서 미래의 금리·물가·재정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미국의 기간 프리미엄은 최근 상승했다. 하지만 WSJ은 가장 큰 변화가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럽과 일본의 기간 프리미엄은 미국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들 지역에서는 재정 상황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가 더욱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 워시의 ‘예측 어려운 연준’도 금리에 위험 프리미엄
연준의 정책 변화도 또 하나의 변수다.
워시 의장은 지난 8월 말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연준이 물가 안정에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일부 줄였지만 동시에 국채금리 상승을 촉발하는 요인이 됐다.
특히 워시 의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향후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피하고 있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이 같은 정책 불확실성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장기 차입비용에 반영되고 있다며 시장에 규모가 크지는 않더라도 별도의 ‘연준 위험 프리미엄’이 추가됐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장기 국채 바이백을 확대해 시장 부담을 낮추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도 오래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미국 국채시장에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채권 공급, AI 투자 확대, 새로운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WSJ은 최근 금리 급등의 가장 큰 변화를 설명하는 요인은 여전히 이란 전쟁이 끌어올린 에너지 가격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