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륜형 기동전술포 시제 선정 쾌거…美·유럽 독점 철옹성에 균열
바이아메리칸 보호무역 장벽돌파…韓 고속납기·제조효율 유지 관건
바이아메리칸 보호무역 장벽돌파…韓 고속납기·제조효율 유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9월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오피니언(Bloomberg Opinion)의 줄리아나 리우(Juliana Liu) 아시아 기업 전략 칼럼니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법인은 지난달 미 육군의 차세대 포병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인 ‘기동전술대포(MTC·Mobile Tactical Cannon)’ 시제차량 공급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장갑차량 차체에 대구경 포를 결합하는 이번 시제 계약은 최대 2억 6200만 달러(약 3550억 원) 규모이지만, 향후 본격화될 총 70억 달러(약 9조 5000억 원) 규모의 미 육군 차세대 자주포 양산 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미·유럽 방산 과점 구도에 균열을 낸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산 공급망 40% → 50% 이상’ 확대 필수…정치적 반발·관세 리스크 차단책
글로벌 시장에서 동급 최다 판매를 기록 중인 한화의 명품 자주포 K9 체계는 현재 부품 공급망의 약 40%를 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초기 진입 단계로서는 양호한 출발선이지만, 펜타곤(미 국방부)의 핵심 주력 공급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한화가 한국 내 고유 제조 역량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 미국 내 공급망 비중을 최소 5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정치권의 보호무역주의적 반발과 관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짚었다.
한화는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공격적인 현지화 역량을 입증해 왔다. 폴란드와 체결한 대규모 계약에서는 기술 이전 및 부품 현지 생산은 물론 유도미사일 합작법인(JV)을 설립했으며, 루마니아에서는 유럽 거점 공장을 신설하며 최대 80%에 달하는 현지화율을 목표로 내걸었다.
美 산업 생태계 이식의 딜레마…‘현대차·LG엔솔’ 사태의 반면교사
한화는 미국 내에서도 유사한 현지화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책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미국 시장의 특성상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거대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하던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은 지난해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수백 명의 한국인 기술 인력이 억류되는 돌발 악재를 겪은 바 있다. 이는 본국의 고효율 제조 생태계를 미국 본토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민감한 과제인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한화가 직면한 숙제는 명확하다. 기존 서방 방산 대기업들을 제치고 수주를 따낼 수 있었던 한국 특유의 초고속 납기와 원가 경쟁력(제조 효율성)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 내 현지 부품 협력사와 숙련 기능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무리하게 일정을 서두르기보다, 미국 현지 기반 역량이 무르익을 수 있도록 호흡을 조절하며 정교하게 추진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우크라 전훈 타고 도약한 K-방산…‘미국 진출’이 지닌 결정적 무게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텅 빈 무기고를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었을 때, 한국 방산업계는 서방 경쟁사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세 가지 강점, 즉 ‘실전에서 검증된 신뢰성’,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그리고 ‘경이로운 납품 속도’를 무기로 글로벌 방산의 중심으로 도약했다. 휴전선을 맞대고 수십 년간 전면전 태세를 유지하며 연마해 온 대규모 양산 인프라가 글로벌 안보 위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은 여전히 한화 방산 매출의 극히 일부분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기동전술대포 사업 수주는 육상 화력 분야의 획기적 전환점일 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 필리(Philly) 조선소를 인수하고 미 해군 함정 창정비(MRO) 사업을 연이어 따내고 있는 계열사 한화오션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미국 시장에서의 연이은 성공과 신뢰 확보는 다른 나토(NATO) 동맹국들로의 방산 수출을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보증수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병 왕국’의 실력을 미국 본토 표준으로 치환할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해외 수주 잔고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과거 밸류에이션을 훌쩍 뛰어넘었다.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미 육군의 장기 본계약 수주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필수 과제다.
한국 방산업계가 국가적 안보 위기 속에서 수십 년간 갈고닦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차별화된 제조 경쟁력을, 이제 미국 본토의 법적·산업적 룰 속에서 어떻게 온전히 재현해 낼 것인가가 70억 달러 초대형 사업의 최종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