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 지원 업고 20년 만에 '시리아 바니야스 송유관' 복원 추진… 지중해 직수출 타진
우회로 없는 쿠웨이트 "수출 전면 중단 위기"… 카타르, 日·韓 계약 이행 위해 美 현물 LNG 긴급 구매
사우디·UAE 우회 파이프라인도 드론 공격 노출… 中東 의존도 90% 日, 인프라 지원 지렛대 모색
우회로 없는 쿠웨이트 "수출 전면 중단 위기"… 카타르, 日·韓 계약 이행 위해 美 현물 LNG 긴급 구매
사우디·UAE 우회 파이프라인도 드론 공격 노출… 中東 의존도 90% 日, 인프라 지원 지렛대 모색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여파로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폐쇄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해협을 우회할 대체 송유관(파이프라인) 확보와 수송로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홍해와 오만만 방면의 육상 우회로를 발 빠르게 증설하고 있는 가운데, 해협 통과 외에는 뚜렷한 대체 수출로가 없는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북부 걸프 산유국들은 국가적 수출 마비 위기에 직면하며 필사적인 우회로 개척에 나섰다.
9월 2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이라크 중부 유전과 시리아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바니야스(Baniyas)를 연결하는 송유관의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에 전격 착수했다.
미국 국무부가 주도하는 이번 복원 사업에는 미국 석유 메이저 셰브론(Chevron)이 상업적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1950년대 완공된 이라크-시리아 파이프라인은 1982년 양국 갈등으로 폐쇄된 뒤 2003년 이라크 전쟁과 시리아 내전으로 20년 넘게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8월 24일 시리아를 약 반세기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전격 해제하면서 지중해 방면 직수출 파이프라인 복원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하는 OPEC 2위 산유국 이라크는 이 외에도 터키 제이한(Ceyhan) 송유관 재가동과 요르단 아카바(Aqaba) 방면 신규 수송로 건설도 병행 검토 중이다.
쿠웨이트 "해협 닫히면 수출 0"… 카타르, LNG 수출 직격탄
이라크가 육상 다변화 선택지를 모색하는 것과 달리, 지리적으로 페르시아만 안쪽에 갇힌 쿠웨이트와 카타르의 상황은 훨씬 절박하다.
독자 우회 파이프라인이 전무한 쿠웨이트의 타리크 술라이만 알-루미 석유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순간 쿠웨이트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0(제로)'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웨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횡단 파이프라인(East-West 파이프라인) 및 UAE의 푸자이라 송유관 네트워크에 자국 배관을 연결하는 방안을 인접국과 긴급 협의 중이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를 책임지는 카타르의 위기는 글로벌 전력망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에서 생산되는 카타르의 모든 LNG 물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만 선적이 가능하다. 지난 2월 미·이란 군사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상 수송이 마비되자 카타르의 LNG 수출은 사실상 멈춰 섰다.
국영 카타르에너지는 한국과 일본 등 핵심 아시아 고객사에 대한 장기 공급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 스팟(현물) 시장에서 미국산 LNG 운반선 33척 분량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긴급 매입해 대체 납품하는 초유의 비상 대응을 펼치고 있다.
사우디·UAE 우회망 확충 박차… 드론·미사일 공격 취약성은 숙제
해협 바깥에 출구를 둔 국가들은 수송망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UAE는 아부다비 유전에서 호르무즈 해협 바깥인 오만만의 푸자이라(Fujairah) 항구로 연결되는 기존 송유관의 수송 용량을 대폭 확장하고 있으며, 사우디 역시 페르시아만 연안 유전에서 서부 홍해 연안 얀부(Yanbu) 항구로 이어지는 동서 횡단 파이프라인의 펌핑 용량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우회 송유관 역시 완벽한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사우디 동서 송유관의 핵심 가압 펌프 시설이 친이란 세력의 정밀 드론 공격을 받아 일시 가동 중단되었으며, UAE 푸자이라 항만 저장 기지 역시 반복적인 무인기 위협에 노출된 바 있다.
韓·日 에너지 안보 비상… 인프라 재건 협력 지렛대 모색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3개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은 하루 약 500만 배럴로, 이 해협을 통과하는 전체 원유의 25%에 달한다.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특히 수입량의 80% 이상을 사우디와 UAE에 의존하는 일본은 호르무즈 사태 장기화에 극심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본 정유업계와 정부는 과거 자국 종합상사와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중동 산유국에 구축해 놓은 정유·플랜트 인프라 협력 관계를 지렛대 삼아, 산유국들의 우회 송유관 재정비와 항만 시설 확충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기술·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호르무즈 우회로 확보 총력전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진 호르무즈 해협 중심의 글로벌 에너지 수송 지형도가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육상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전면 재편되는 중대한 지정학적 전환점’이자 ‘중동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경제권의 공급망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