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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흑해 항만·선박 공격에 세계 밀 공급 비상

시카고 밀 선물 7월 초 이후 17% 넘게 상승
아시아 7~9월 흑해산 200만~250만톤 계약
대체산지 전환하면 조달가격 크게 높아져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공개된우크라이나 무인기(UAV)가 흑해 지역의 표적을 공격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7월 17일(현지시각) 공개된우크라이나 무인기(UAV)가 흑해 지역의 표적을 공격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의 항만과 선박에 대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세계 밀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수입국들이 흑해산 밀의 선적 지연과 취소에 대비해 호주, 북미, 아르헨티나 등으로 조달처를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제 밀 가격의 추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흑해 곡물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선적을 방해하면서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주요 밀 수입국의 식량안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의 기준인 시카고 밀 선물은 지난달 초 이후 17% 넘게 상승했다. 흑해산 공급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호주, 미국 등 경쟁 수출국의 현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국의 항만과 선박을 공격하면서 곡물 터미널 가동이 중단되고 수출 성수기에 수십 건의 화물 선적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아시아 제분업체에 흑해산 밀을 판매하는 싱가포르의 한 곡물 거래업자는 “8월 중순부터 도착할 예정이었던 화물 상당수가 선박의 입항·선적 차질을 겪고 있다”며 “구매자들이 호주, 북미, 아르헨티나산으로 일부 물량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아시아 계약물량 200만~250만t 공급 차질 우려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는 아시아에서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곡물 거래업자들에 따르면 아시아의 곡물 가공업체들은 7~9월 도착 조건으로 약 200만~250만t의 흑해산 밀을 계약했다. 이는 이 기간 밀 수입 수요의 약 30~50%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 물량이 예정대로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곡물시장 분석업체 아거스미디어의 막상스 드빌레 곡물 애널리스트는 8월 말까지는 시장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비교적 양호한 작황 덕분에 당장의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자국산 밀을 사상 최대 규모로 확보했고 모로코, 튀니지도 강우 여건 개선으로 생산 전망이 좋아졌다.

그러나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의 대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이집트는 올해 상반기 밀 수입량의 82% 이상을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조달했다. 특히 이집트 전체 밀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는 민간업체들은 정부보다 재고가 적어 공급 차질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거래업자들은 전했다.

세계 2위 밀 수입국인 인도네시아도 7~9월 옛 소련권 곡물 수출국에서 약 60만t을 들여오기로 계약했다.

인도네시아제분협회 관계자는 현재 재고로 당장의 식용 밀 수요는 충족할 수 있지만 여유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선적되지 않는 물량은 불가리아, 호주, 루마니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대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제리, 방글라데시, 요르단, 태국, 튀니지, 베트남 등 주요 수입국도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요르단은 이달 밀 입찰 두 건, 보리 입찰 두 건을 취소했다. 제시된 물량이 적었던 데다 높은 가격과 선박 운항 위험이 영향을 미쳤다고 거래업자들은 설명했다. 튀니지는 공급업체들에 불가항력을 이유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 대체 호주산, 흑해산보다 t당 최대 60달러 비싸


선주들의 기피도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주 이집트로 곡물을 운송하기 위해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에 접근하던 선박 한 척이 공격받았다. 소식통들은 이 선박을 신하이퉁 66호로 확인했으며 당시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였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곡물 거래업자 헤샴 솔리만은 현재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항만에 들어가려는 선주가 거의 없다며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흑해 공격에 따른 식량 공급 위협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다른 산지로 조달처를 바꿀 경우 가격 부담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아시아 도착 기준 운임을 포함한 호주 프리미엄 화이트 밀은 톤당 약 315~320달러(약 44만5000~45만2000원)에 제시되고 있다.

가장 저렴한 미국산 밀도 t당 약 305달러(약 43만1000원)다. 반면 흑해산은 톤당 약 260~280달러(약 36만8000~39만6000원) 수준이다.

흑해산을 호주산으로 대체할 경우 톤당 가격이 많게는 약 60달러 더 높아지는 셈이다.

◇ 항만·곡물선 공격 피하던 ‘전시 묵계’ 무너져


거래업자들은 최근 공격 확대로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대규모 농산물 수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곡물선과 항만 터미널에 대한 공격을 대체로 피했던 사실상의 전시 묵계가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서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35건, 해상 선박 공격이 22건, 항만 시설 공격이 67건 발생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집계된 관련 공격은 14건이었다.

흑해 수송 불안이 장기화하면 주요 수입국들이 더 비싼 대체산지 물량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어 밀 가격과 식량 조달 비용에 추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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