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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미국 경제 3년내 "재정파탄"... 뉴욕증시 헤지펀드 무서운 경고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를 일궈낸 전설적인 투자 대가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향해 전례 없이 섬뜩한 경고장을 던졌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천문학적인 부채 누적이 지속 불가능한 임계점에 도달했으며, 현 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향후 3년(오차 범위 ±2년) 안에 치명적인 국가 부채 위기가 폭발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단순한 비관론자의 과장된 외침이 아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고 방어해 낸 인물이 바로 레이 달리오다. 그는 자신의 저서와 뉴스레터를 통해 미국 연방정부의 올해 수입이 약 5조 5000억 달러인 반면 지출은 7조 5000억 달러에 달해 한 해에만 2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있음을 짚었다. 국채 이자 비용만 연간 1조 달러에 육박하고, 당장 만기가 도래해 차환(Refinancing)해야 하는 국채 규모가 10조 달러에 달한다는 점은 미국 재정의 파탄 징후가 이미 현실화되었음을 방증한다. 달리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축통화국 미국의 빚더미 폭주 기관차는 마침내 탈선 직전의 변곡점에 서 있으며, 투자자들은 당장 채권을 버리고 금과 비트코인 등 ‘비정부 발행 실물·대안 자산’으로 피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 달리오는 1949년 8월 8일 미국 뉴욕시 퀸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맨해튼 재즈 클럽에서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불던 재즈 뮤지션이었고,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는 학창 시절 암기 위주의 학교 공부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그러나 12세 되던 해, 롱아일랜드의 유력 골프클럽에서 캐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기를 맞이했다. 당시 필드를 오가던 월스트리트 거물 금융인들의 대화를 귀담아들은 그는 캐디로 번 돈 300달러를 털어 주당 5달러도 채 안 되던 노스이스트 항공(Northeast Airlines) 주식을 매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회사가 합병되면서 주가는 3배 이상 폭등했고, 이 성공 경험은 소년 달리오를 금융 시장의 세계로 완전히 끌어들였다.

롱아일랜드 대학교(CW포스트)에서 재무학을 전공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1973년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에서 MBA를 취득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플로어 트레이더 밑에서 원자재 선물 실무를 익힌 그는 1975년, 불과 26세의 나이에 뉴욕 맨해튼의 작은 2베드룸 아파트에서 투자 자문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 그는 경제를 인간의 감정이 아닌 수학적·역사적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로 규정했다.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경제 성장, 경기 침체 등 사계절의 어떤 국면에서도 자산을 방어하고 수익을 내는 ‘올웨더(All Weather)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 개념을 창안하며 월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 결과 브리지워터는 전 세계 연기금과 국부펀드가 가장 신뢰하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헤지펀드로 군림하게 되었다.
레이 달리오의 경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수백 년의 인류 금융사를 실증 분석해 정립한 ‘장기 부채 사이클(Long-term Debt Cycle)’ 모델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부채는 단기 사이클(5~8년)을 거치며 쌓이지만, 통화 완화와 신용 팽창이 장기간 누적되면 결국 75~100년 주기의 거대한 장기 부채 사이클의 종착역에 도달한다. 달리오가 진단하는 국가 파산(How Countries Go Broke)의 역학은 매우 기계적이며 필연적이다. 첫째, 국가가 세수보다 과도하게 많은 돈을 쓰면서 부채가 급증한다. 둘째, 늘어난 부채의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지만, 시장의 투자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요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셋째, 채권 가격 폭락과 함께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정부의 이자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넷째, 국채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결국 화폐를 대규모로 발행해 국채를 강제로 사들이는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를 단행한다. 다섯째, 화폐 발행 남발로 인해 법정통화의 구매력은 급격히 추락하고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이 도래한다.

지금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이 공식과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히 일치한다. 최대 해외 채권 보유국인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있으며, 장기 국채 금리가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 재무부가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 국채 바이백(Buyback·되매입)을 발표해야 할 만큼 국채 소화 능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달리오는 지금의 상황이 바로 사이클의 최종 단계인 통화 가치 파괴 직전의 임계점이라고 본다. 달리오는 파국을 막기 위한 정책적 마지노선으로 ‘재정적자 3% 룰’을 제시한다. 현재 미국 GDP 대비 약 7%에 달하는 막대한 연방 예산 적자를 절반 이하인 3% 수준으로 즉각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3대 병행 조치는 명확하다. 정부 지출의 대대적인 삭감: 방만한 복지와 불필요한 공공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세입 기반을 확충해 국가 금고를 채워야 한다.이자 상환 부담을 줄여 채무 비용의 폭증을 진정시켜야 한다. 문제는 현실 정치의 장벽이다. 양극화된 미국 정치 지형에서 대규모 지출 삭감이나 증세는 정치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감세와 경기 부양을 앞세운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오히려 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또한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달리오가 3년 내 위기를 경고한 근본적 이유는 이론적 해결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무능과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이를 실행할 의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 역시 막대한 부채 문제에 직면해 있어 전 세계적인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레이 달리오가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실천적 메시지는 단호하다. 전통적인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 모델은 죽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빚으로 지탱하는 채권(부채성 자산)은 통화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속에서 실질 수익률이 처참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다. 달리오는 자산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첫째, 전통 채권의 비중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화폐를 마구 찍어내는 정부가 발행한 종이 약속은 신뢰를 잃고 있다. 둘째, 금(Gold)의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10~15%까지 확대해야 한다. 금은 지난 수천 년간 국가와 통화의 몰락 속에서도 구매력을 보존해 온 유일무이한 궁극의 통화 자산이다. 실제로 달리오의 발언과 함께 국제 금값은 온스당 4,6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셋째, 비트코인(Bitcoin)을 일정 부분 편입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임의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디지털 탈중앙화 자산'으로서, 법정화폐의 가치 훼손에 대항하는 현대적 헤지 수단이다. 넷째, 국가적 다변화다. 재정이 파탄 나고 정치적 내전과 대외 갈등에 휩싸인 패권국에서 벗어나, 재정이 건전하고 국제 분쟁에서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국가와 자산으로 자본을 분산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의 통찰은 오늘날 우리 경제 주체들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를 지탱해 온 저금리와 무제한 유동성의 파티는 완전히 끝났다. 미국 국채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무위험 자산이라는 신화는 흔들리고 있으며, 화폐 가치의 필연적 타락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국가와 기업, 개인 모두 이제는 빚으로 지은 모래성에서 벗어나 실질 가치 중심의 펀더멘털을 재구축해야 한다. 부채가 부채를 낳고, 그 부채를 갚기 위해 돈을 찍어내는 악순환의 끝은 언제나 화폐의 몰락과 부의 강제 재분배였다. 레이 달리오가 가리키는 3년의 카운트다운은 결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파국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리기 전, 법정화폐의 환상에서 깨어나 '신용 위험이 없는 자산'으로 방주를 만들어야 할 때다. 인플레 속에서 보유자산을 그냥지키지만 하다가는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 위기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재앙이지만, 사이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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