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현행 제도는 주류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베이트와 부당한 지원을 법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규정이 존재하는 것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 거래조건과 지원 내용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위반 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세는 주류의 제조와 반출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이다. 주류 종류에 따라 수량이나 가격을 기준으로 세액이 정해지며, 제조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신고·납부해야 한다. 모든 제조사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공정한 조세행정과 조세 형평성의 기본이다.
납세병마개, 이른바 ‘왕관’은 1960년대 주세 탈루 방지와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도입됐다. 1969년 주세법 시행령에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이후 주류 출고와 주세 행정을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로 활용됐다. 따라서 제도 변경에는 행정의 편의와 조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주세법은 신고·납부 기준과 일부 미납세 반출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계의 편의와 자금 운용을 우선해 납부 유예를 확대하면 조세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 특히 유예기간 연장이 제조사에 금융상 편익을 주고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반대로 정해진 시기에 주세를 납부하는 기업은 필요 자금을 미리 마련해야 하므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같은 세금을 내더라도 납부 시점에 따라 기업의 자금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조세 형평성과 기업 간 공정한 경쟁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살펴야 할 문제다.
주류업계 단체가 제조사의 경영 부담을 이유로 주세 납부 유예기간 연장이나 완화를 요구한다면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업계 지원과 특정 사업자에 대한 금융상 편익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제조사 편의보다 공공성과 조세 형평성을 우선해야 한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동네 슈퍼에 990원짜리 소주를 공급하는 사업은 골목상권 활성화와 소비자 부담 완화라는 취지다. 공공기관과 제조사, 유통단체가 협력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영세 점포에 돌아가는 혜택과 지원 효과가 충분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저가 주류 공급만으로 동네 슈퍼의 경영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동네 슈퍼가 조직화된 유통망보다 적은 장려금을 받는다면 지원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같은 소상공인이라면 점포 규모와 영업환경을 고려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원기준이 필요하다.
제조사가 판매량이나 거래조건에 따라 장려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 자체를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유통조직에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서 영세 판매점에는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면, 시장 경쟁 질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급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동네 슈퍼 주류 판매량이 대형 체인보다 적은 것은 점포 규모와 입지 등 영업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판매량이 적다는 이유로 장려금까지 크게 줄어들면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지원 부족과 매출 감소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KOSA)은 제조사별 장려금과 거래조건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실제 차별이나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계약서와 지급 장려금 등 구체적인 자료가 중요하다. 피해가 확인되면 분쟁조정이나 법적 대응 등 가능한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필자는 경험상 하이트진로와 같은 시장 지배력이 큰 제조사의 거래정책이 영세 유통업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제조사와 동네 슈퍼 간에는 거래 규모와 협상력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시장 영향력이 클수록, 거래조건과 장려금 운영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은 단순히 저가 주류를 공급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주세 납부의 형평성과 제조사의 장려금 구조, 판매점 간 거래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는 실태를 점검하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며, 업계 역시도 투명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