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상장 15건·공모금 7억 달러, 말레이시아에도 뒤져
쪼개기 상장 금지·가이드라인 지연에 케이뱅크 등 대어 발묶여
쪼개기 상장 금지·가이드라인 지연에 케이뱅크 등 대어 발묶여
이미지 확대보기코스피가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정작 주식시장의 신규 진입 창구인 기업공개(IPO) 시장은 사실상 멈췄다.
재계를 장악한 재벌(財閥) 지배구조와 '쪼개기 상장'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상장 대기 기업들이 줄줄이 일정을 미루고 있다고 CNBC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코스피 최강인데 IPO는 말레이시아보다 적어
금융정보회사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 3일까지 한국의 신규 상장은 15건에 그쳤고 공모금 합산액은 약 7억 달러(약 1조 797억 원)에 머물렀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80건, 80억 달러(약 12조 3400억 원)와 비교하면 건수는 5분의 1, 금액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의 신규 상장 건수와 공모금은 한국의 두 배에 육박했다.
역설은 선명하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지난주 기준 두 배 이상 뛰어오르며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로 일본(4.3%), 대만(3.1%), 중국(1.9%), 미국(0.3%)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HD현대 등 5대 재벌이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한국 전체 시가총액의 약 70%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대형 계열사들이 줄줄이 증시에 올라 있다 보니 신규 상장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재블린 웰스 매니지먼트의 파트너 폴카 미쉬라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벌을 "한국의 새로운 독자 상장 기업을 키우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속세율이 30억 원(약 200만 달러) 초과분에 최고 50%까지 적용되는 탓에 재벌 총수 일가는 계열사 주가와 유통 주식 비율을 낮게 유지할 유인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쪼개기 상장' 원칙 금지, 가이드라인은 또 지연
한국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 지난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상법도 세 차례 개정해 소수주주 보호를 강화했다.
그 일환으로 모회사가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별도로 증시에 올리는 중복상장(쪼개기 상장)을 '원칙 금지, 예외 허용'으로 규제하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모자(母子)회사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단독 상장이 소수 주주 가치를 희석하는 동시에 지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이유에서다.
자회사가 상장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세 가지 핵심 심사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하나라도 미달하면 상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부 가이드라인 발표는 당초 올해 1분기 예정에서 2분기, 다시 7월로 거듭 밀리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보호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 기회가 제한된다는 측면도 있어 가이드라인 발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IPO 위축이 "벤처캐피털 펀드의 자금 회수 환경과 투자 생태계 전반을 냉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와 동시에 좀비기업 약 300곳을 내년까지 상장 폐지해 신규 기업에 자본이 흘러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AI·반도체 IPO가 다음 불꽃 될까
EY 한국 IPO 리더 박정익은 이번 위축을 두고 "시장이 더 선별적이고 질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자본이 좁은 범위의 업종과 발행사에 집중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흥국증권은 올해 신규 상장 기업이 86곳, 공모 규모는 7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은 지난 2월 10일 인터뷰에서 "2026년 IPO 시장은 2021년에 버금가는 본격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코스닥 중소형 종목이 주를 이루고, 대기업 계열 대형 상장은 가이드라인 확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의 강진혁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22일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자본지출과 장기 자본 투입이 필요해 사모자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공 자금과 산업 금융 지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밝혔다.
국가 성장 펀드가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에 각각 약 신한투자증권의 강진혁 선임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22일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자본지출과 장기 자본 투입이 필요해 사모자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공 자금과 산업 금융 지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밝혔다.
국가 성장 펀드가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에 약 2500억~8000억원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이사장은 "정부가 중복상장에 관한 명확한 지침을 내놓으면 기업들이 상장 절차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의 IPO 위축은 밸류업 정책 전환 과정의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