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미사일 공급망 병목 해소 위해 530억 달러 투입하는 증산 돌입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자동차 칩·셰일 파이프·제약 공정 전용해 제조 혁신
글로벌 무기 시장 '납기 신뢰성' 중요해지며 수직계열화 갖춘 K-방산 수혜 기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자동차 칩·셰일 파이프·제약 공정 전용해 제조 혁신
글로벌 무기 시장 '납기 신뢰성' 중요해지며 수직계열화 갖춘 K-방산 수혜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국방부가 미사일 공급망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530억 달러(약 82조 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증산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로켓모터 부족으로 미사일 생산이 지연되자 실리콘밸리 방산 스타트업들이 자동차와 셰일가스, 제약 기술까지 끌어와 무기 제조 혁신에 나섰다.
미국은 막대한 예산과 기술 융합으로 공급망 병목을 뚫으려 하지만 핵심 부품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공급망 공백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무기 시장의 눈길은 탁월한 납기 신뢰성을 확보한 한국 방산 기업으로 쏠린다.
5만 발 쏟아부은 미, 소수 업체 과점에 진땀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각) 미국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부터 최근 이란 공격까지 로켓모터로 움직이는 로켓과 미사일을 5만 발 이상 소모했다고 보도했다.
무기 소비 속도가 생산 속도를 압도하자 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 등 전통 방산 대기업들은 일제히 고체 로켓모터 부족으로 미사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사일 핵심 엔진인 고체 로켓모터 생산이 노스롭그루먼과 L3해리스 등 극소수 대형 방산 기업에만 집중된 구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는 무기 조달 규칙을 대폭 단순화하고 예산을 배정하며 공급망 확충에 나섰다. 연간 예산만 1조 달러(약 1551조 원)를 움직이는 펜타곤이 돈줄을 죄자, 기술력으로 무장한 신생 방산 기업들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자동차 칩과 셰일 파이프로 미사일 만든다
방산 신생 기업들은 우주항공용 부품 대신 다른 산업군 자재를 전용해 미사일 생산 단가를 낮추고 유통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제어 시스템에 쓰는 차량용 반도체를 미사일 유도 장치에 장착하는 방식이 대표 사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방산 스타트업 카스텔리온은 차량용 반도체를 활용해 미사일 조향 장치를 개발했다. 기존 우주항공 전용 부품을 쓸 때보다 비용은 10분의 1로 줄었고 부품 조달 속도는 6배 빨라졌다.
카스텔리온은 미사일 몸체에도 셰일가스 채굴 공법인 수압파쇄용 정밀 가공 파이프를 도입했다. 땅속 깊은 곳에서 고온과 고압을 견디는 이 파이프는 우주항공 특수관과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공급업체가 많아 가격이 싸다.
이 회사는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아 펜타곤과 극초음속 무기 500기 이상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로 뛰었다.
3D 프린팅과 제약 공법 결합, 제조 혁신 가속
또 다른 방산 기업 앤두릴은 암 치료제를 섞을 때 쓰는 제약회사의 원심 분리 혼합 기술을 로켓 연료 배합에 응용했다. 이 공법을 도입하자 기존 패들형 산업용 믹서로 몇 시간씩 걸리던 연료 혼합 공정이 몇 분 만에 끝났다. 생산 효율은 24배 이상 향상됐다. 앤두릴의 기업 가치는 현재 61억 달러(약 9조 4600억 원)에 이른다.
3D 프린팅 기술도 생산 주기를 바꿨다. 대형 방산 기업 노스롭그루먼 분석을 보면 금속 공구 대신 3D 프린터로 찍어낸 플라스틱 공구를 쓸 때 미사일 생산라인 구축 기간이 1년에서 6주로 단축된다.
스타트업 파이어하크 에어로스페이스는 3D 프린팅 기법으로 고체 로켓 연료 생산 기간을 60일에서 7시간으로 줄였다. 제조원가는 기존 방식의 10분의 1 수준이다.
깐깐한 검증과 행정 리스크는 한계
기술 혁신에도 실전 배치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신기술을 도입한 스타트업 무기는 군용 인증과 장기 신뢰성 검증을 깐깐하게 통과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기존 대형 계약업체 물량을 전면 대체하기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 톰 카라코 미사일방어프로젝트 국장은 고체 연료 미사일 제조가 주조, 건조, 엑스레이 검사, 표면 연마를 거치는 정밀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를 굽는 건조 오븐과 내부 결함을 잡아내는 엑스레이 장비가 여전히 전체 방산업계 병목 구간으로 남아있다는 진단이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가변성도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미 국방부가 무기를 해마다 단년도 계약으로 구매하다 보니 기업들은 장기 투자 대출을 받거나 일정한 생산 단가를 유지하기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K-방산 '납기 프리미엄' 부각
미국 유력 방산 기업들이 핵심 부품 부족으로 공급 지연을 겪는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방산 기업들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미사일 시장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제때 무기를 인도받는 납기 프리미엄 시장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국내 방산 업계는 화약류 제조부터 미사일 체계 조립까지 안정된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췄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해외 수출 현장에서 보여준 납기 준수 능력은 미국산 무기 조달 지연에 지친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수혜주 움직임도 구체적이다. 국내 최대 방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사일 핵심 엔진에 해당하는 추진체와 엔진 쪽 밸류체인을 고루 확보해 공급망 공백을 메울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LIG D&A는 유도무기 완제품 수출 플레이어로서 중동과 유럽 시장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방산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의 공급망 다변화 기조는 국내 유도무기 수출 기업의 수주 기회를 넓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글로벌 미사일 생산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 차원을 넘어 제품을 제때 찍어내는 공급망 속도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