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에너지 밀월 재점화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막을까
이란산 원유 결제 중단 및 알래스카 LNG 빅딜 성사 여부 주목
이란산 원유 결제 중단 및 알래스카 LNG 빅딜 성사 여부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11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이란의 자금줄 차단을 위한 원유 구매 중단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규모 도입 등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베이징 담판’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상 최악의 에너지 쇼크... 113달러 돌파한 국제유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이후 발발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유례없는 충격을 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중단"이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분쟁 전보다 65%가량 폭등하며 배럴당 113달러를 넘어섰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평균 브렌트유 가격을 86달러로 예측하면서도, 해상 물류 정상화 속도에 따라 95달러에서 최고 11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상방 시나리오를 내놨다.
국제해사기구(IMO) 집계에 따르면 현재 해협 인근에는 약 2000척의 선박과 2만 명의 선원이 고립된 상태다. 봉쇄 정점기에는 하루 13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공급이 차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수입 원유의 3분의 1을 이 해협에 의존하는 중국은 경제적 타격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다.
트럼프의 압박 "이란 자금줄 끊어라"... 중국은 '중재자' 자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 목적은 명확하다. 중국이 구매하는 이란산 원유 대금이 분쟁의 자금원으로 쓰이고 있다는 판단 아래, 시 주석에게 이란산 crude(원유) 구매 중단을 직접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 문제를 직접 제기할 것"이라며 "이 사안이 미·중 관계 전체를 흔드는 것을 원치 않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이미 전략적 대비를 마친 모양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110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하며 12월 기준 약 3억 60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확보했다.
이러한 여유를 바탕으로 중국은 지난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는 등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의 '에너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중재자로 나서려 하고 있다"며 "미·중 양국이 해협 정상화에 합의할 경우 유가는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돌파구 마련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알래스카 LNG 빅딜과 희토류 휴전... 경제 실익 챙기기
지정학적 갈등 이면에는 거대한 경제적 거래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으나 중동 전쟁으로 중단됐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랐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대중국 에너지 수출 확대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미·중 제조업의 생명줄인 희토류 공급망 휴전 협정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맷 거트켄 BCA 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중국이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구매를 대폭 늘리기로 합의한다면 이는 글로벌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의 수요 급증이 오히려 국제 원자재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복합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 딜'보다는 '관리된 긴장'... 시장의 눈은 호르무즈로
브루킹스 연구소와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등 주요 싱크탱크들은 이번 회담에서 극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국 정상이 새로운 위기를 촉발하지 않고 대화를 마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진정한 관심은 화려한 구매 리스트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 변화가 있느냐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 감축, 대만 문제, 인공지능(AI) 경쟁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에너지 안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포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담은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