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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헬륨 공급망 비상… 韓·대만 반도체 ‘가장 취약’

피치(Fitch) 경고 “한국 헬륨 65% 카타르 의존… 호르무즈 봉쇄 직격탄”
일본은 미국·카타르로 공급선 다변화 성공… 현물 가격 최대 200% 폭등 우려
한 직원이 대만 신주에서 TSMC 또는 대만 반도체 제조공사 로고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한 직원이 대만 신주에서 TSMC 또는 대만 반도체 제조공사 로고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에너지와 물류를 넘어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헬륨(He)’ 공급망까지 뒤흔들고 있다.
세계 헬륨 생산의 중추인 카타르가 전열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카타르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이 가장 큰 운영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대만이 헬륨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생산 차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 ‘반도체 필수재’ 헬륨의 위기… 카타르산 수입 중단 공포


천연가스 추출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서 초청정 냉각, 누출 감지, 불활성 차폐 등에 사용되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피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헬륨 수입량의 64.7%를 카타르에서 조달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호르무즈 해협 마비에 따른 공급 단절에 가장 취약한 구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위치한 대만 역시 헬륨 공급의 대부분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반면 일본은 수입선의 약 절반을 미국에서, 30% 내외를 카타르에서 들여오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 현물 가격 최대 200% 폭등 예고… 마진보다 ‘가동’이 문제

피치는 이번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헬륨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심각한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헬륨 현물 가격은 50%에서 최대 200%까지 폭등할 수 있다. 장기 계약 가격 또한 재협상 시 20~40%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높은 가격 결정력과 재활용 시스템 덕분에 비용 상승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공급 중단에 따른 라인 가동 중단(Shut-down)은 치명적인 마진 타격을 줄 수 있다.

◇ 주식 시장 ‘쇼크’… 한·일 증시 동반 하락세 주도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경제는 중동 분쟁발 ‘오일 쇼크’와 ‘공급망 쇼크’의 직격탄을 맞으며 전 세계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서울의 코스피(KOSPI)와 도쿄의 닛케이 225(Nikkei 225)는 약 6-7% 이상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중국 역시 헬륨 수입 의존도가 80%에 달해 카타르와 러시아산 공급망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당국과 TSMC는 현재 헬륨 재고량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조달 경로를 미국, 호주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밝히며 시장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되어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우리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헬륨 공급망의 전면적인 재편이 필요하다.

카타르에 편중된 수입 구조를 미국, 호주, 알제리 등으로 즉시 분산해야 한다. 특히 미국산 헬륨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장기 계약 체결이 시급하다.

공정 중 버려지는 헬륨을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외부 조달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다.

헬륨은 국가 전략 자산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미국 등 우방국과의 ‘자원 스와프’나 긴급 수급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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