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0년 만에 '제2 맨해튼 프로젝트' 가동… '제조' 아닌 '과학 AI'로 판 엎었다
데이터가 곧 국가 인프라… 韓·대만 '공정 효율' 매몰될 때 美는 '설계·소재' 독점 시도
데이터가 곧 국가 인프라… 韓·대만 '공정 효율' 매몰될 때 美는 '설계·소재' 독점 시도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의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가 AI를 권력의 중심으로 옮기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AI 이니셔티브인 '제네시스 미션(The Genesis Mission)'의 파급력을 집중 조명했다. 이를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부가가치를 미국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하려는 시도로 풀이했다.
'상업용 AI' 시대 가고 'AI 포 사이언스(AI for Science)' 개막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시킨 ‘제네시스 미션’은 반도체, 신소재, 에너지, 생명공학, 양자 컴퓨팅 등 5대 전략 분야의 혁신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주체’와 ‘목표’의 변화다. 지금까지 AI 혁명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 도구 등 상업용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제네시스 미션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연구소와 슈퍼컴퓨팅 시설, 그리고 수십 년간 축적한 방대한 과학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다.
디지타임스는 “미국의 목표는 더 거대한 언어 모델(LLM)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위한 AI’를 국가 혁신 기반 시설로 구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인간 과학자가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던 방식을 AI 자율 에이전트와 자동화 로봇 연구실이 대체하도록 만들어, 소재 개발부터 공정 최적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데이터는 '연료'가 아닌 '전력망'… 파편화된 韓 데이터 경쟁력 잃나
이번 전략의 핵심은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미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120일 내에 연방 기관이 보유한 모든 과학 데이터와 모델 자산을 표준화하고 목록화할 것을 지시했다.
과거 데이터가 AI 학습을 위한 단순한 '연료'였다면, 이제는 연구실과 제조 현장을 잇는 핵심 '인프라'로 격상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기업들은 공정과 장비 테스트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생산하지만, 이는 대부분 기업 내부나 특정 부서의 '사일로(Silo·칸막이)' 안에 갇혀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양상이 '누가 더 미세한 공정을 구현하느냐'에서 '누가 설계부터 생산까지의 피드백 루프(Loop)를 AI로 가장 빨리 연결하느냐'로 이동했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가 파편화된 현재의 구조로는 미국의 통합된 AI 플랫폼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조 강국'의 함정… "시스템 혁신 없으면 하청 기지 전락“
미국의 이러한 태세 전환은 한국과 대만의 기술 입지에 심각한 위협이다. 그동안 양국은 압도적인 제조 효율성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이는 기초 과학보다는 응용과 양산 기술에 치우친 모델이다.
디지타임스는 "미국이 AI를 통해 기초 연구와 제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융합할 경우, 한국이나 대만이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AI로 개발한 첨단 소재와 공정 레시피를 넘겨받아 위탁 생산만 수행하는, 사실상의 '고급 하청 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법은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선 '생태계의 혁신'이다. 단순히 수율을 높이는 데 AI를 쓰는 것을 넘어, 소재 개발부터 패키징, 장비 제어까지 전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이를 산·학·연이 공유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제네시스 미션'은 명확하다. 다가올 기술 패권 경쟁은 개별 기업의 싸움이 아니라, AI로 연결된 국가 산업 시스템 간의 대결이다. 눈에 보이는 무역 장벽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처럼 소리 없이 진행되는 기술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