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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반도체 업계, '엔비디아 H200' 상륙에 토종 GPU 총결집 정면승부

룽손·비렌 등 칩 설계사 전방위 공세…정부 조달·AI 데이터센터 등 시장별 맞춤형 공략
무어스레드·메타엑스 이어 비렌까지 상장 가속…'국산 대체' 자본 몰리며 독자 생태계 형성
중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고성능 GPU 프로세서의 모습. 엔비디아의 H200 등 외산 반도체 공세에 맞서 룽손과 비렌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은 '9A1000', 'BR100' 등 자국산 칩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와 정부 조달 시장을 중심으로 컴퓨팅 자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룽손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독자 기술로 개발된 고성능 GPU 프로세서의 모습. 엔비디아의 H200 등 외산 반도체 공세에 맞서 룽손과 비렌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은 '9A1000', 'BR100' 등 자국산 칩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와 정부 조달 시장을 중심으로 컴퓨팅 자립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룽손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H200’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이에 맞선 중국 토종 반도체 기업들의 생존 본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라는 '외풍'이 역설적으로 중국 내부의 결속을 다지며, 국제 의존도를 완전히 탈피하려는 독자적인 컴퓨팅 아키텍처 구축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디지타임스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엔비디아 H200 GPU의 등장은 중국 고성능 컴퓨팅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 GPU 기업들은 시제품 생산 가속화,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 대규모 자본 확충이라는 입체적 전략으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단순한 추격을 넘어 특정 산업군을 선점하려는 '로컬 컴퓨트 아키텍처' 형성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룽손의 내실과 비렌의 정면돌파 전략


전통의 CPU 강자 룽손(Loongson)은 범용 GPU(GPGPU)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자국 기술 자립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시제품 생산을 마친 룽손의 첫 GPGPU '9A1000'은 독자적인 CPU와 시스템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룽손은 특히 정부 현대화 사업과 산업 제어 등 보안과 독립성이 필수적인 공공 조달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룽손은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차세대 제품군인 9A2000 등을 연달아 출시해 본격적인 성장 주기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비렌 테크놀로지(Biren Technology)는 대규모 AI 컴퓨팅 센터와 데이터센터라는 '엔비디아의 본진'을 직접 공격한다. 비렌은 최근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예비 절차에 돌입하며 공격적인 자본 확충에 나섰다. 2022년 공개한 BR100 시리즈는 특정 연산 지표에서 엔비디아의 A100을 압도하고 H100과도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 내 주요 통신사 및 시스템 통합업체들의 국산 컴퓨팅 클러스터에 채택되고 있다.

미국 제재가 부른 자본 유입과 상장 열풍


비렌은 2023년 미국의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되며 위기를 맞았으나, 성능을 조정한 신제품을 신속히 출시하며 회복 탄력성을 증명했다. 특히 2025년 약 15억 위안(약 315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Pre-IPO)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는 100억 위안(약 2조 원)을 넘어섰다. 국가 주도의 펀드와 주요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술 개발을 위한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현재 중국 GPU 업계는 급격한 자본화와 시장 분화라는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최근 상하이 증시에서 첫날 755% 폭등한 메타엑스(MetaX)와 성공적으로 상장한 무어스레드(Moore Threads)의 사례는 '국산 대체'에 거는 시장의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엔플레임, 칭웨이 인텔리전트 등 후발 주자들까지 가세하며 다각화된 상업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엔비디아 H200이라는 강력한 외산 제품의 압박은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틈새시장과 정부 주도 프로젝트를 통해 생존력을 키우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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