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넘어 항공우주로… 5개월간 지능·정신력 ‘현미경 검증’ 통과
인니 장관 “기술 이전 기대” vs 韓 업계 “보안 가이드라인 시급”
인구절벽 제조업의 대안인가, 기술 유출의 구멍인가
인니 장관 “기술 이전 기대” vs 韓 업계 “보안 가이드라인 시급”
인구절벽 제조업의 대안인가, 기술 유출의 구멍인가
이미지 확대보기인도네시아 공영방송 RRI는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보호청(KP2MI)이 족자카르타에서 환송 행사를 열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생산 라인 등에 투입될 기술 인력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파견은 단순 노무 인력이 아닌,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전문 인력(E-7 비자)이 한국의 첨단 방산 제조 분야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조선업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외국인 기술인력 도입이 항공우주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5개월간 지능·기술·정신력 ‘현미경 검증’
KP2MI에 따르면 이번에 선발된 12명은 KAI와 그 협력사를 통해 ▲KF-21 전투기 ▲수리온 등 헬리콥터 ▲상업용 항공기 ▲무인기(드론) 조립 및 제조 공정에 참여한다.
이날 환송식에 참석한 무크타루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보호부 장관은 “이번 파견은 인도네시아 인력이 한국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분야에 진출하는 역사에 남을 이정표”라며 “단순한 노동력 제공을 넘어 지식 이전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체 항공우주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송출을 맡은 PT 프리마 두타 세자티의 막시 만토파 이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발 과정의 까다로움을 강조했다. 그는 “KAI 협력사와 진행하는 유일한 채용 대행사로서 지난 5개월간 후보자들의 지능, 기술력은 물론 한국의 날씨와 문화, 언어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까지 엄격하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선발된 인원들은 국제 노동 기준에 부합하는 경력과 학력, 건강 기준을 모두 통과한 ‘정예 요원’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선업 이어 항공우주로… 커지는 ‘외국인 기술인력’ 의존도
한국 산업계는 이번 조치를 인력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내 제조업 기피 현상과 인구 감소 탓에 조선업계는 이미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도크를 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이 고숙련 정밀 작업이 필요한 항공우주 분야로까지 번진 셈이다.
실제로 PT 프리마 두타 세자티는 지난 2023년부터 수백 명의 인도네시아 용접공과 기술자를 E-7 비자로 한국 조선소에 송출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이번 항공우주 인력 파견은 기존 조선업 인력 송출 채널을 첨단 제조 분야로 고도화한 사례로 풀이된다.
‘기술 유출’ 우려와 ‘생산성 향상’ 사이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생산 현장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숙련된 해외 기술자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 요인이다. 특히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K-방산의 특성상 안정적인 생산 인력 확보는 필수 과제다.
하지만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방위산업, 그중에서도 핵심 자산인 KF-21 생산 공정에 외국인 인력이 투입되는 것을 두고 보안 대책을 더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개발국이지만, 분담금 납부 지연 문제와 기술 자료 유출 논란 등으로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무크타루딘 장관이 이번 파견의 목적 중 하나로 “지식 이전을 통한 자국 산업 발전”을 언급한 점도 우리 방산 당국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들이 한국에서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2045년까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다는 ‘골든 인도네시아 2045’ 비전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국내 방산 전문가들은 “생산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외국인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물리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12명의 파견을 시작으로 항공우주 분야의 외국인 기술 인력 도입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가 E-7 비자 쿼터를 유연하게 운용하며 제조업 인력난 해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방위산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들의 작업 범위와 기술 접근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정부와 업계의 세밀한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