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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TKMS, 캐나다서 '잠수함 선체' 직접 만든다… 60조 수주전 韓 '비상'

퀘벡 제조사 '마멘'과 협력 계약… 현지 생산·기술 이전 승부수
한화오션·HD현대와 'CPSP' 정면 대결… 공급망 선점으로 기선 제압
독일의 방산 거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캐나다 정밀 제조기업 마멘(Marmen)과 손잡고 차세대 잠수함 '212CD'의 핵심 구조물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사진=TKMS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 방산 거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캐나다 정밀 제조기업 마멘(Marmen)과 손잡고 차세대 잠수함 '212CD'의 핵심 구조물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사진=TKMS
독일의 방산 거인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캐나다 정밀 제조기업 마멘(Marmen)과 손잡고 차세대 잠수함 '212CD'의 핵심 구조물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최대 12, 총사업비 약 60조 원(수명주기 비용 포함 추산)에 달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따내기 위해 경쟁국인 한국보다 먼저 '현지화 알박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투데이(Naval Today)는 지난 19(현지시각) TKMS가 캐나다 마멘과 전략적 협력 계약을 맺고 잠수함 선체 및 부품 생산 협력을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

퀘벡 '제조 심장' 파고든 獨… "기술 주고 일자리 만든다"


이번 협약에 따라 마멘은 TKMS의 주력 모델인 212CD 잠수함 플랫폼에 들어가는 선체 섹션과 정밀 복합 조립품을 전담 생산한다. 마멘은 캐나다 정치·경제의 핵심지인 퀘벡주 트루아리비에르(Trois-Rivières)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북미 최고 수준의 정밀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토마스 쿠프(Thomas Keupp) TKMS 최고영업책임자(CSO)"마멘과 맺은 동반자 관계는 캐나다 내 산업 기반을 넓히고 퀘벡의 제조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라며 "마멘의 혁신 공정은 212CD 프로그램과 캐나다 왕립 해군(RCN)의 요구를 충족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단순 하청을 넘어 '핵심 기술 이전''대규모 고용'을 못 박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패트릭 펠레린(Patrick Pellerin) 마멘 회장은 "이번 협력은 캐나다의 산업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회"라며 "수백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차세대 잠수함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방산 업계는 이번 계약을 캐나다 정부의 까다로운 '산업 및 기술 이득(ITB)' 정책을 뚫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한다. 캐나다 정부는 국방 조달 사업에서 자국 기업 참여 비율과 경제적 낙수 효과를 최우선 평가 요소로 꼽는다. TKMS는 퀘벡주 토종 기업인 마멘을 파트너로 내세워, 캐나다 내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퀘벡 지역의 지지를 선점하겠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한국의 캐나다 현지 협력 경쟁구도.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독일과 한국의 캐나다 현지 협력 경쟁구도.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달아오르는 'CPSP' 수주전… 韓 조선업계에 던진 경고장


이번 협력의 최종 목적지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이다. 캐나다 정부는 낡은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고자 2030년대 중반 전력화를 목표로 최대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CPSP를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국방부는 지난 4TKMSCPSP'적격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다. TKMS가 제안한 212CD급은 기존 212A급을 키우고 성능을 개량한 모델이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발주해 개발 중인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으로, 다이아몬드 형상의 스텔스 설계를 적용해 피탐지율을 낮추고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해 잠항 지속 능력을 높였다.

TKMS의 광폭 행보는 같은 사업에 뛰어든 한국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능력과 납기 준수 역량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나, 현지 업체와의 공급망 밀착도 면에서는 독일이 한발 앞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국제 방산 시장 전문가들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성능 대결을 넘어 현지 경제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가를 변수"라며 "TKMS가 부품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선제적으로 약속하며 기선을 제압한 만큼, 한국 기업들도 이에 맞서는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현지화 패키지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정부는 2021CPSP 팀을 꾸려 전력 공백 없이 차기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독일이 현지 파트너십을 무기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가운데, 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시장을 둘러싼 한·독 간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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