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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방장관 지지율 58%로 1위..."징병제 논란에도 독보적 인기"

러시아 위협에 군사력 증강 추진하는 피스토리우스, 메르켈 이후 최고 인기 정치인·병력 8만 명 부족 해법 놓고 연정 내 갈등
2024년 9월 17일 독일 잘루이스에서 독일 연방군 공수여단 대원이 훈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9월 17일 독일 잘루이스에서 독일 연방군 공수여단 대원이 훈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평화주의 전통이 강한 독일에서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국방장관이 오히려 국민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현지시각)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러시아 위협에 맞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면서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평화주의 독일서 "전쟁 준비" 주장했지만 지지율 독보적


독일 포르사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100점 만점에 58점을 기록했다. 다른 전국 정치인 중 43점 이상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35점에 그쳤다.

포르사연구소 창립자 만프레드 귈너는 "그는 모든 순위에서 지속적으로 최상위를 유지해 왔다""앙겔라 메르켈 이후 가장 인기 있는 독일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귈너는 "50여년 전 헬무트 슈미트 이후 이렇게 사랑받는 국방장관을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 소속으로 보수 기독교민주연합(CDU)이 이끄는 연정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맡고 있다. 65세인 그는 독일이 "전쟁 준비 상태"(kriegstuchtig)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당내 좌파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 국민들은 군사력 증강 필요성에 공감하며 그를 지지하고 있다.

2010년대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지낸 SPD의 지그마르 가브리엘은 "독일인들은 스위스처럼 경제만 성공하되 정치는 중립을 원한다""우리는 전쟁을 다시 진지하게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피스토리우스의 재무장 추진은 우리 독일인들이 유럽과 세계에서 우리가 실제로 어디에 서 있는지 분명히 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려운 군사 용어 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 신뢰 얻어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20231월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전 국방장관이 사임한 뒤 취임했다. 람브레히트는 러시아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에 헬멧 5000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키이우 시장으로부터 "농담"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35년간 피스토리우스와 친구로 지낸 가브리엘은 "그는 어려운 군사 전문용어를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사람"이라며 "그가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독일군의 부족한 상태와 국가 방어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인력 투입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해왔다. 그는 "독일이 유럽에서 억지력과 집단 방위의 중추가 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일 뒤 "시대 전환점"을 선언하며 국방비로 1000억 유로(168조 원)의 특별기금을 확보했다. 이후 독일은 국방비를 부채 제동 장치에서 면제해 대규모 증액에 나섰다.

병력 8만 명 부족...자발 모집이냐 징병제냐 놓고 연정 갈등


독일군은 현재 향후 10년 목표인 26만명보다 8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만명의 예비군 부족도 심각하다. 이에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자발 모집과 징병제 사이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지난 8월 자발 모집에 의존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메르츠 총리의 CDU"자발적 모집만으로는 필요한 병력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바이에른주 지도자 마르쿠스 쇠더는 "징병제를 피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연정은 자발 노력이 부족할 경우 추첨 징병을 도입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CDU 부의장 노르베르트 뢰트겐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에 "30년 넘게 연방 장관이 자신의 책임 영역 내에서 중요한 입법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자신의 의회 그룹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군법은 내년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최종 형태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10명 중 약 6명은 자발 모집이 불충분할 경우 징병을 지지한다. 그러나 징집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18세부터 29세 사이 연령층 대부분은 반대하고 있다.

총리 출마 가능성 있지만 당내 좌파는 회의적


피스토리우스 장관의 높은 인기는 2029년 선거나 연정 붕괴 시 총리 후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SPD 전 의장 롤프 뮈체니히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높은 인기를 누리는 정치인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이것은 종종 몰락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SPD 좌파 성향 의원 랄프 스테그너는 피스토리우스의 인기가 기만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적 사회민주당원들은 정치 중심에 앉아 전반 호감도가 높은 경향이 있지만, 반드시 대부분의 SPD 유권자들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SPD에 투표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전쟁 준비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거의 두 자릿수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군은 여전히 작고 약하며 준비가 부족하다. 독일의 중공업은 방위생산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지만, 충분히 또는 충분히 빠르게 재정비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가브리엘은 피스토리우스가 총리에 관심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나는 그가 이 일을 성공해야 한다는 것과 SPD가 차기 총리를 제공할 확률이 매우 작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나는 그가 그런 질문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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