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시장 겨냥, 핵심 '슈퍼NIC' 기술 내재화
삼성 파운드리와 협력…엔비디아·하이퍼스케일러로 IP 라이선스 확대
삼성 파운드리와 협력…엔비디아·하이퍼스케일러로 IP 라이선스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인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인 'AI-슈퍼NIC(AI-SuperNIC)'을 사내에 편입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rm은 이번 인수로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의 IP 사업을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 소유의 Arm은 2026 회계연도 2분기에 11억 4000만 달러(약 1조 6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8억 4400만 달러(약 1조 2300억 원) 대비 크게 성장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6-K 서류에 따르면, Arm은 지난 10월 드림빅의 발행 주식 전량을 2억 6500만 달러(약 3860억 원)에 현금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절차는 2026 회계연도 4분기 말, 즉 내년 3월 말경 마무리될 예정이다.
800Gbps 슈퍼NIC·삼성 공정…'드림빅'의 핵심 역량
Arm이 인수하는 드림빅은 2019년 마블 반도체(Marvell Semiconductor)의 소하일 시드(Sohail Syed) 전 수석 엔지니어링 디렉터가 설립했다. 2015년 퍼스트퀘스트(FIRQuest)를 창업해 2019년 코리진에 매각한 바 있는 시드의 두 번째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드림빅은 데이터센터 내 AI 애플리케이션 처리에 특화된 칩렛(chiplet)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으며, 핵심 인력으로 인텔(Intel)의 스티브 메이저스(Steve Majors) 전 엔지니어링 디렉터가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SVP)으로 합류해 있다.
드림빅은 지난 1월 CES 2025에서 '수은 AI-슈퍼NIC(Mercury AI-SuperNIC)' 기술을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TPU(텐서 처리 장치) 간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AI 가속 네트워크 카드다.
이 네트워크 가속기는 RoCE v2(RDMA over Converged Ethernet)와 UEC 표준을 모두 지원하는 원격 직접 메모리 접근(RDMA) 엔진을 탑재했다. 특히 이 RDMA 엔진은 완전한 하드웨어 오프로딩을 기반으로 GPU 간 통신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능은 800Gb/s의 대역폭과 800Mpps(초당 8억 패킷)의 처리량을 제공하며, AI 슈퍼칩(AI SuperChips) 구성 시 최대 12.8Tb/s의 통합 네트워킹 용량을 지원한다.
드림빅 측은 이 칩이 모놀리식 칩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앞으로 고성능 AI 서버용 모듈형 아키텍처로 확장할 수 있는 '칩렛 호환 아키텍처(chiplet-compatible architecture)'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드림빅의 스티브 메이저스 수석 부사장은 "수은 AI-슈퍼NIC이 앞으로 몇 세대에 걸친 AI 네트워킹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림빅은 그동안 제품 상용화를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긴밀히 협력해왔다. 드림빅은 삼성전자의 SF4X 핀펫(FinFET) 공정을 활용하며, 고대역폭 저전력 특성의 핵심 제조 기반이 되는 '칩 온 웨이퍼 스태킹(chip-on-wafer stacking)' 패키징 기술을 삼성과 공동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버스'와 결합…AI 인프라 IP 수직 통합 가속
첫째, AI 데이터센터 IP의 수직 통합 강화다. Arm은 드림빅의 슈퍼NIC 기술을 자사의 '네오버스(Neoverse)' 플랫폼과 결합해,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용 서버 IP 스택을 완성하려 한다. 이로써 'CPU + 네트워크 + NIC' 통합 IP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네트워킹 IP의 내재화다. Arm은 기존에 부족했던 SmartNIC, DPU, 슈퍼NIC 분야 기술 포트폴리오를 이번 인수로 확보했다.
셋째, 클라우드 고객 기반 확장이다. Arm은 자체 칩을 제조하지 않는 대신, 드림빅의 기술을 IP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브로드컴은 물론, 자체 AI 서버 SoC를 개발 중인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 대상 매출 확대를 노린다. Arm 고유의 비(非)제조 기반 수익 모델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삼성 등 협력사와의 시너지 확보다. 드림빅이 이미 삼성 파운드리와 협력 중이었던 만큼, 앞으로 Arm-삼성 간 공동 생태계가 강화되고, Arm IP 기반의 AI 슈퍼NIC 제품이 삼성 공정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시도가 무산된 이후, Arm은 AI 열풍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Arm은 지난 7월, 데이터센터용 칩 수요가 2021년 대비 14배 급증했으며 관련 고객사가 7만 곳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최근 실적 보고서에서도 로열티 수익이 전년 대비 사실상 두 배로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AI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드림빅의 슈퍼NIC 기술은 GPU 클러스터 간 데이터 전송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어 대형 AI 학습 인프라에 필수다. Arm이 직접 GPU를 제조하지는 않지만, GPU 생태계의 핵심 네트워킹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엔비디아, AMD, 인텔 등과의 경쟁에서 기술적 기반을 확보하고 생태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Arm은 2026년 3월경 인수를 마무리하고 통합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2026년 하반기경 Arm 네오버스 기반의 차세대 SoC 또는 Arm-NIC 통합 IP 제품군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7년 이후에는 Arm이 AI 서버용 '컴퓨팅 + 네트워킹' 완전 통합 IP 묶음을 제공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