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요청으로 관세 목록 대폭 확대…EU·영국 합의 25~50% 관세율 무력화 우려 증폭
이미지 확대보기더 가디언(The Guardian)은 8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미국 상무부가 자국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약 700개의 철강 함유 품목을 추가 관세 대상 목록에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이미 관세 대상이 된 407개 철강 파생품 목록에 더해지는 것이다. 상무부의 최종 결정은 요청 마감일(지난 10월 21일)로부터 60일 후인 오는 12월이나 다음 달 초에 나올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자전거·제빵 틀까지 확산...미국 산업계의 '관세 요구'
미국 상무부가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자국 기업들이 직접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철제 너트와 볼트를 포함한 이케아(IKEA) 테이블, 독일산 콤바인 수확기 등이 관세 대상에 올라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번에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것을 요청한 품목은 자전거, 제빵 틀(베이킹 팬), 트럭용 강철 바퀴, 매트리스 스프링, 터널링, 인쇄, 바닥재 산업에 쓰이는 200종의 산업 기계 등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구체적인 요청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인디애나주의 가디언 바이크(Guardian Bikes)는 2024년 1100만 대의 자전거가 수입되어 미국 자전거 산업이 위기에 놓였다며 상무장관에게 11쪽에 이르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중국을 주 경쟁 상대로 지목했으나, 관세가 발효되면 영국의 브롬튼(Brompton), 이탈리아의 피나렐로(Pinarello), 비앙키(Bianchi) 같은 유럽 고성능 자전거 브랜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토마토 통조림 제조사인 레드 골드(Red Gold)는 영국산 양철 도금 강철(tinplate steel)에 25%, 다른 지역 강철에 50%의 관세를 내고 있는데도, 완제품 통조림을 미국에 파는 외국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관세가 없어 자국 제조업체가 불리하다고 주장하며 철강 파생 관세 부과를 촉구했다. 제빵 틀 제조사인 아메리칸 팬(American Pan)과 시카고 메탈릭(Chicago Metallic) 역시 중국산 저가 상업용 조리기구의 시장 유입으로 자국 기업이 불공정한 우위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철강 파생 관세 ‘확장 정책’…유럽 무역 합의 ‘휴지조각’ 우려
이번 파생품 관세 확대 움직임은 유럽 전역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유럽 산업계 지도자들은 철강을 포함하는 ‘철강 파생품’ 목록이 점진적으로 계속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처지이다.
유럽 제조업계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협정에서 영국은 모든 상품에 10%를 기본 관세로, 철강에는 25%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유럽연합(EU)은 각각 25%와 50%의 관세율에 동의하는 등 더 높은 관세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수출업자들은 이 새로운 파생품 관세가 기존 합의를 무색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철강 함량 때문에 많은 상품이 전체 비용에 대한 기본 관세 외에 더 높은 철강 관세율을 추가로 물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유럽 주요 농기계 회사는 이미 미국으로 가는 수출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플린트 글로벌(Flint Global)의 조지 리델(George Riddell) 선임 고문은 “미국은 신규 요청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자유롭고 확장적인 접근을 취했으며, 지난번 철강 파생품 목록 요청 시 거의 100%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리델 고문은 이어서 “이번 조치는 기존 무역 합의가 있었음에도 영국과 유럽연합과 관계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국 업계, '50% 고율 관세' 확산 공포…관세 범위 예측 불가능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관세 확대 움직임은 한국의 철강 및 관련 산업에도 위험 요소를 더한다. 미국은 이미 지난 6월 철강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통한 관세 부과 ‘다른 법적 수단’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8월 미국이 이미 407개의 철강 파생 제품을 관세 대상에 추가할 때 가전제품과 자동차 부품까지 포함했으며, 이 제품에 쓰인 철강이나 알루미늄 가치분에 5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었다.
시장에서는 이 조치로 중국, 인도 등 주요 경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향후 관세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세 확대 결정이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환경에 상당한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