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부 'A+' 프로그램 참여…정부 보조금·자체 투자로 재원 마련
인텔·엔비디아 'CPO' 선점 경쟁 속, AMD '이노세미' 인수로 추격
인텔·엔비디아 'CPO' 선점 경쟁 속, AMD '이노세미' 인수로 추격

자유시보, 공상시보, 테크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AMD는 타이난과 가오슝을 새로운 연구개발 거점으로 선정했다. 이곳에서 실리콘 포토닉스를 비롯해 AI, 이종 집적 기술을 전담할 팀을 꾸린다.
이번 투자는 대만 경제부(MOEA)의 'A+ 국제 연구개발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A+ Global R&D Innovation Partnership Program)'의 일환이다. 총 투자액은 86억 4000만 신대만 달러를 초과하며, 이 중 대만 정부 보조금이 33억 1000만 신대만 달러(약 1539억 원), AMD의 자체 투자가 53억 3000만 신대만 달러(약 2479억 원)에 이른다.
AMD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립 중산 대학(National Sun Yat-sen University) 등 현지 연구 협력 기관들과 협력해 대만의 실리콘 포토닉스 생태계를 강화하고 관련 산업의 집적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센터는 두 가지 핵심 기술에 집중한다. 첫째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로, 전자신호보다 빠른 광학 신호를 실리콘 칩에 직접 집적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AI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서버, 네트워크 스위치 등에서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구현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둘째는 대만 경제부와 공동 개발 중인 2상(phase) 침수 냉각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존 공랭식의 용량을 현저히 웃도는 1500W 이상의 냉각 용량을 구현해 칩의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이미 AMD 시설에서 검증을 마쳤으며, 과부하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훈련 및 추론 속도를 단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거인들의 'CPO' 속도전…인텔·엔비디아 '선점'
이처럼 AI 칩 거대 기업들은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상시보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800만 개 이상의 전기 집적 회로(EIC)를 출하하며 포토닉스 대량생산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경쟁사인 엔비디아 역시 이 기술을 자사 스위치와 GPU에 통합하는 중이다. 지난주 엔비디아는 메타, 오라클과 협력해 '스펙트럼-X' 이더넷 스위치를 공개했다. 엔비디아 최초의 CPO(광학 공동 패키징) 스위치인 이 제품은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기존 네트워크의 성능을 웃돌아 전력 효율성은 3.5배, 네트워크 복원력은 10배 높고, 배포 속도는 1.3배 빠르다.
공상시보는 이 경쟁에서 AMD가 후발주자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AMD는 x86 CPU, RDNA GPU부터 FPGA, ZT 시스템스(ZT Systems)를 통한 서버 제조까지 아우르는 자사의 광범위한 생태계를 활용해 '종합 플랫폼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 AI 상호연결용 CPO와 통합 포토닉스 기술을 개발한 미국 신생 기업 '이노세미(Enosemi)'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노세미는 CPO와 집적광회로(Integrated Photonics) 설계 전문 기업이다. 옵닉스(optics.org)에 따르면, AMD와 이노세미는 이미 포토닉스 기술 분야에서 협력해 왔으며, 이노세미의 첨단 칩셋은 2009년 AMD에서 분사한 글로벌파운드리가 제조를 맡아왔다.
한편, 공상시보는 이 실리콘 포토닉스 경쟁의 최대 수혜자로 TSMC를 지목했다. TSMC의 3D칩 적층 기술인 SoIC에 기반한 CPO 솔루션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급망 소식통들은 "TSMC의 SoIC 기술을 통해 EIC(전기 칩)와 PIC(광학 칩)를 적층하는 방식은 TSMC의 CPO 개발 현황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TSMC의 SoIC 월간 생산 능력은 2026년 말까지 3만에서 4만 장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전송 속도 높일 '실리콘 포토닉스'란?
테크뉴스 등에 따르면, 실리콘 포토닉스(SiPh)는 실리콘 웨이퍼에 레이저, 포토다이오드 같은 광소자를 집적해, 빛의 굴절과 유도된 파동(도파로)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오랫동안 데이터 센터의 대역폭을 늘리고 서버와 스위치 간의 연결성을 강화할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았다.
데이터센터 망 기술은 현재 3단계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 1세대는 긴 전기 경로 탓에 지연이 존재하는 '전통형 광 모듈'(QSFP, OSFP 등)이다. 2세대는 'LPO(선형 플러그형 광학)'로, AI 집적단지 전환을 위한 과도기 해법으로 평가받는다. 마지막 3세대가 바로 'CPO(광학 공동 패키징)'다. CPO는 전송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광학 부품을 컴퓨팅 칩과 동일한 패키지 내부에 집적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인텔, AMD 모두가 이 기술을 적극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AMD가 대만의 우수한 인력과 공급망 기반을 활용해 포토닉스와 AI 칩 융합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각광받으며, AI 시대의 차세대 반도체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AMD의 대만 연구개발 거점은 정부 지원과 국제 협력을 통해, 앞으로 TSMC, 엔비디아, 인텔이 주도하는 'CPO 시대' 경쟁에서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