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맞춤형 전기 SUV로 반등 노린다…기아 EV5 성공 재현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일렉시오(ELECSEO)'를 앞세워 재도전에 나섰다. 한때 연간 100만 대 판매를 기록하며 시장 5위를 달리던 현대차가 사드 사태 이후 추락한 입지를 되찾기 위해 전면적인 현지화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기아가 현지 맞춤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5'로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현대차 역시 '일렉시오'를 통해 중국 사업 정상화의 신호탄을 쏘겠다는 구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BHMC)는 이날부터 준중형 전기 SUV '일렉시오'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현지에서 완전히 주도한 첫 전기차로, 기아의 'EV5'와 유사한 전장 4615㎜, 전폭 1875㎜의 차체에 중국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 용량은 88.1㎾h로, 중국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722㎞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일렉시오는 '현지 소비자 맞춤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화려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실내 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면 주간주행등(DRL)은 8개의 보석 형태로 배열돼 있는데,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 8을 형상화한 것이다. 실내는 2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물리 버튼을 최소화했으며, 음성 인식과 인공지능(AI) 기반 주행 보조 기능도 강화했다.
현대차는 이달 말 일렉시오의 판매 가격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현지 배터리를 사용한 만큼 가격 경쟁력은 동급 대비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중국의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는 다소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아 현지 완성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의 목표는 명확하다. 기아의 성공 사례처럼 '현지형 EV' 전략을 통해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기아는 지난해 중국 전용 모델 EV5를 출시한 이후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1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올해 상반기 기준 95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 말 7176억 원에서 대폭 줄었지만 아직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때 연간 100만 대 판매를 기록하던 현대차는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 내 판매량이 급락하며 점유율이 1%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1공장과 충칭 공장을 매각하고, 현재는 창저우·베이징 2·3공장 등 3곳만 가동 중이다. 현대차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향후 창저우 공장까지 매각해 2개 공장 체제로 재편할 계획이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렉시오는 현대차 중국 전략의 '재가동 버튼'으로 평가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과잉 생산과 가격 경쟁, 전통 완성차와 신흥업체 간 격돌로 변곡점에 서 있다"며 "하지만 이런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고, 현대차가 그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일렉시오에 이어 내년 준중형 전기 세단을 비롯해 총 6종의 맞춤형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또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의 협업, 전장(電裝) 기술 합작 등 현지 파트너십도 확대한다. 현대차의 현지 맞춤형 전략은 단순히 판매 회복을 넘어,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로 재도약'하려는 장기 비전의 첫 단계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일렉시오는 현대차가 과거 성공 공식을 버리고 철저히 중국 소비자 중심으로 재설계한 모델"이라며 "현지화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 배터리 조달 효율성 등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갖춘 만큼 중국 시장에서 반등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