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최대 청산…시총 4조 달러 붕괴

블룸버그 통신은 코인글래스(Coinglass) 집계를 인용해 시가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인 이더리움 시장에서 약 5억 달러(약 7000억 원)에 달하는 레버리지 롱 포지션이 청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더리움은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한때 9% 급락하며 4075달러까지 추락했다.
암호화폐 시총 1위인 비트코인 역시 한때 3% 밀리며 11만199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외에도 솔라나(-7.2%), 도지코인(-10%) 및 엑스알피(5.5%) 등 주요 알트코인들이 일제히 동반 급락했다.
가상자산, 3월 이후 최대 청산...시총 4조 달러 내줘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날 청산 물량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최대 규모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지난 8월 상장사들의 대규모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최근 스트래티지와 일본의 메타플래닛 등 주요 디지털 자산 재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상승 모멘텀이 약화됐다.
XBTO 트레이딩의 조지 만드레스 시니어 트레이더는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자산 보유 거래가 힘을 잃고 추가 자금 유입도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글래스 집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만 40만7000명 이상의 트레이더들이 보유 포지션을 청산당했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이에 따라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 총액은 4조 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비트코인은 지난 7월 초 이후 11만 달러~12만 달러 구간에서 좁은 박스권에 머물며 변동성이 크게 억눌린 상태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각각 74%, 52% 급등하며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비트코인 움직임이 주춤하는 사이 비트코인과 자주 비교되는 안전자산인 금값은 거의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372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고, 은 가격 또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美 금리 인하에도 암호화폐 부진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과 주식시장을 끌어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지난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주요 암호화폐 상당수는 지난 5일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매크로·파생상품 거래사 팔콘X의 션 맥널티 아시아태평양 파생상품 책임자는 “전통 금융 자산인 주식이 비교적 선방한 반면, 암호화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면서 “이번 흐름이 암호화폐 자산군에 실망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