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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에도 끄떡없다"…연준, 0.5% 거부하고 0.25% 고수

미란 총재 홀로 반대표, 파월 "광범위한 지지 없었다" 단호한 선긋기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기관의 독립성을 견지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기관의 독립성을 견지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독자적 판단을 고수하며 점진적 금리 인하 행보를 보였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지난 17(현지시간)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내려 연방기금금리를 4.00~4.25%로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111의 압도적 찬성으로 이뤄졌지만, 새로 임명된 스티븐 미란 총재가 0.5%포인트 대폭 인하를 주장하며 홀로 반대표를 던져 주목받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는 전혀 없었다"고 단호히 선을 그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1993년 이후 처음 여러 총재 금리 결정 놓고 엇갈려


이번 FOMC 회의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지난 7월 회의에서는 미셸 보우먼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총재가 0.25%포인트 인하를 요구하며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했고, 이번에는 미란 총재가 더 큰 폭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1993년 말 이후 여러 주지사가 금리 결정에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미롭게도 이들 3명의 총재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보우먼 총재와 월러 총재는 이번에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표를 던져 미란 총재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매우 큰 폭의 금리 인상과 인하를 해왔지만, 정책이 적절하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느낄 때만 그런 조치를 취한다""그것은 지금 제가 확실히 느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빠르고 공격적 인하" 요구에 연준 "위험 관리 차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전통 방식인 0.25%포인트 인하가 아닌 연방기금금리를 빠르고 공격적으로 내릴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고 정부 부채 조달 비용을 줄이려면 대폭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인하를 "위험 관리 차원의 조치"라고 규정하며 경제 약화 징후에 미리 대응하는 선제적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가 요구하는 경기 부양 차원의 대폭 인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메시지였다.

정치 음모 속에서도 기관 독립성 과시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은 이번 주 더욱 고조됐다.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리사 쿡 총재를 해임하려는 시도를 막아선 것이다. 백악관은 쿡 총재가 구입한 주택에 대해 연방 지원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해 모기지 사기 혐의를 제기했지만, 실제 혐의는 제기되지 않았다.

쿡 총재는 이번 0.25%포인트 인하에 찬성하는 다수에 합류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준이 더 많은 완화를 원하더라도 지금 0.5%포인트라고 말하려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연준이 기관으로서 독립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매우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일자리 100만개 '뻥튀기' 드러나며 완화 명분 제공

연준의 이번 결정에는 최근 드러난 일자리 통계 오류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통계청 자료를 보면 경제는 올해 3월 이전 12개월 동안 처음 발표한 것보다 거의 100만 개 적은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수정 집계됐다. 지난달 실업률도 4.3%를 기록해 2021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파워 의장은 "일하려는 사람 수요와 공급이 크게 줄어 덜 활발하고 다소 부진한 일자리 시장을 보여주고 있다""고용 하방 위험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내년 금리 인하 시장 기대와 온도차


연준 관리들이 발표한 경제전망 요약(SEP)의 점도표를 보면, 19명 참가자 중 10명이 올해 2차례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2026년에는 단 1차례만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시장이 내년에 2~3차례 내릴 것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보수적인 전망이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 도구를 보면 거래자들은 연준 결정 직후에도 내년에 더 많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사이먼 댕구어 채권 거시전략 책임자는 "연준이 현재 완화 흐름에서 벗어나려면 인플레이션이나 일자리 시장 반등에서 상당한 상향 깜짝 결과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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