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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연준, 금리 인하 신호…'현금 장벽' 7.6조 달러 움직일까

월가, 증시로 자금 유입 기대감…'현금 장벽' 이론 재점화
"기관 자금 60%는 잔류…제로금리 아니면 허상" 신중론 팽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하면서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묶인 7조 6000억 달러 규모 자금의 향방을 두고 월스트리트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기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실제 이동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하면서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묶인 7조 6000억 달러 규모 자금의 향방을 두고 월스트리트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기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실제 이동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하자 고금리 시대의 '안전 피난처'였던 머니마켓펀드(MMF)에 묶인 사상 최대 7조 6000억 달러(약 1경 원) 자금의 향방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금리 인하로 현금성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면 이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 새로운 상승장을 이끌 것이라는 이른바 '현금 장벽(wall of cash)' 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과거 나올 때마다 번번이 틀렸던 예측인 만큼 신중론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 나온 고용 시장 데이터는 미국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며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을 굳혔다. 물가 지표 역시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연준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책무를 관리하기 위해 다음 주 최소 0.25%포인트 금리를 내리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의 셸리 안토니위츠 수석 경제학자는 "최근 고용 데이터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지만,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머니마켓펀드에 쌓인 약 7조 달러가 저축 금리 매력 감소 때문에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으로 점차 흘러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모든 뮤추얼펀드의 ETF 주식 클래스(share class) 설정을 허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금 이동을 촉진할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70개에 달하는 운용사가 관련 면제 신청을 내는 등 대기 자금을 유치하려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금 장벽'은 신기루?…회의론의 근거


그러나 '현금 장벽' 이론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MMF 정보업체 크레인 데이터의 피터 크레인 대표는 MMF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주장에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MMF 52년 역사상 자산이 의미 있게 줄어든 때는 닷컴 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금리를 '제로(0)'로 운용했던 극히 이례적인 시기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크레인 대표는 "금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믿는 것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며 "월스트리트여, 꿈 깨라. 좋은 화젯거리는 되지만, 7조 달러는 위로 올라갈 뿐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MMF 자금의 60% 이상은 기관 및 기업 투자자 소유이며, 이들은 금리 변동과 무관하게 자금을 주식 시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개인 투자자 자금 중 일부가 이동하더라도, 그 규모는 전체의 10%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그는 아무런 이자를 받지 못한 채 은행 예금에 잠자고 있는 미국인들의 자금이 약 20조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며 MMF의 상대적 매력을 강조했다. 현재 MMF의 평균 수익률은 연 4.3%에 이르는 반면, 은행 예금 금리는 0.5% 수준에 머문다. 크레인 대표는 "금리가 3.80%, 3.85%로 내려간다고 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제로 금리 수준이 아니라면 MMF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소액을 운용한다는 점도 자금 이동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투자자가 MMF에 5000달러를 넣어두었다면, 금리 변동에 따른 1~2% 수익률 차이를 고민하는 데 쓰는 시간과 정신적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하며 "1%나 100달러 미만 이익을 위해 할 가치가 있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책 전환기, 투자자 포트폴리오 전략은?


그렇다면 연준의 정책 전환기에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단기적으로 MMF는 매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평균 만기가 약 30일에 달해 연준이 금리를 내려도 MMF 수익률이 즉각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자금이 추가 유입될 수도 있다.

스트래티가스 자산운용의 토드 손 ETF 전략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인의 위험 감수 능력과 세금 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MMF 금리가 3%대 초반으로 내려가면 세후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자라면 그대로 머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금 이동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첫 번째 대안으로는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 2~5년짜리 국채 ETF를 제시했다. 채권 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위험은 있지만, 신용 위험 없이 이자 수익과 함께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때 '채권 사다리(bond ladder)' ETF를 활용하면 듀레이션에 따른 변동성 위험을 분산해서 관리할 수 있다.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손 전략가는 이미 미국 증시가 소수의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움직이며, 이들 상위 종목이 미국 증시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포트폴리오가 잘 분산된 투자자라면 대형 성장주나 기술주 비중을 더 늘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대신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비중이 낮은 중소형주나 해외 주식, 혹은 상관관계가 낮은 대체자산으로 분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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