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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K산업계 갈팡질팡] 반도체 ‘최혜국 대우’ 약속에도…관세·인텔 변수에 ‘좌불안석’

삼성·SK, 對美 투자로 반도체 관세 피했지만
관세율 오락가락에 말 언제 바뀔지 우려↑
미 매출 비중↑…인텔 정부 지원 가능성도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대비책 마련해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왼쪽)과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왼쪽)과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화법으로 인해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대미(對美) 의존도 확대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 관세를 큰 폭으로 올리고 인텔의 지분을 정부가 인수하겠다는 언급을 내놔서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관세 면제 조건인 대미 투자를 이행했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 행정부는 반도체 품목 관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번 주중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반도체에 100% 관세율을 매길 수 있다고 말해 오다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200%, 300%까지 적용할 것”이라는 언급을 내놨다. 한국으로서는 오는 25일 관세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논의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반도체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반도체 관세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입장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운영 중이거나 대미 투자를 진행한 기업에는 반도체 관세를 매기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테일러시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2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잇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3600억 원)를 투자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다만 업계는 높아지는 대미 의존도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발언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14일 공시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생산법인(SAS)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296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창출된 SK하이닉스 매출은 27조8344억 원으로 74.2% 늘었다.
미 정부가 인텔 살리기에 나선 점도 부담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근거로 삼아 인텔 지분의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인텔이 지난 2분기 파운드리 부문에서 31억70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낸 데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TSMC는 물론 삼성전자와 중국 SMIC에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인텔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미국 빅테크를 주요 고객으로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반도체마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변동 가능성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에 관해 내놓은 언급은 ‘관세 100~300% 부과’ 정도로, 한국이 반도체 최혜국 대우를 받을지 여부는 확정할 수 없는 단계”라면서 “전 세계 10위권 반도체 기업 중 대미 투자를 단행하지 않은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유예·면제 조건을 갑자기 다르게 내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PC와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품목에도 철강뿐만 아니라 반도체 파생 관세를 물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면서 “(미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물가 상승과 소비자 반발 때문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지 않을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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