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첫 정상회담 3시간 진행…휴전 진전 여부는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담 자체는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안에서 의견을 같이했지만, 몇 가지 큰 쟁점은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합의는 끝까지 가야만 합의"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짧은 발언만 남긴 채 질의응답은 받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양측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파란색 배경에는 '평화를 향하여(Pursuing Peace)'라는 문구가 걸렸지만, 구체적인 휴전 조치가 마련됐는지는 불분명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이 미·러 협상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진전을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투 중단과 푸틴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회담 수락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들은 전쟁을 사실상 동결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유를 인정하는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 전 "나는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왔다"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오늘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다. 살상을 멈추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회담 전후로 일관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한 '정의로운 평화'를 촉구하면서도 러시아가 여전히 전투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래스카 공군기지 활주로에서는 붉은 융단 위로 두 정상이 악수하며 팔을 가볍게 잡는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 지역 평화와 함께 자신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의 자격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에게는 서방의 고립 전략을 무력화하고 국제 외교무대의 일원으로 복귀했다는 메시지를 내보낼 기회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받았으나, 러시아와 미국은 모두 ICC 비회원국이며, 크렘린은 이를 '무효'로 일축해왔다. 전쟁 발발 이후 민간인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양측 사상자는 1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함된 3자 정상회담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에 러시아 탄도미사일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시간"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