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가 명성' 회복 노려…푸틴 '정치적 유산' 확보 총력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호소…'주인 없는 합의' 우려 고조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호소…'주인 없는 합의' 우려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러시아의 점령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강요하는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포기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중대 회담을 둘러싸고 스카이뉴스 특파원들은 각국의 셈법과 향후 파장을 심층 진단해 눈길을 끈다.
◇ '자존심'과 '유산' 걸린 두 정상의 속내
스카이뉴스의 아이버 베넷 모스크바 특파원은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이 그의 '정치적 유산'이 걸린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푸틴은 단순히 승리가 아닌, 눈에 보이는 승리가 필요하다"며 "헛된 전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푸틴이 수용할 유일한 합의안은 러시아가 점령한 4개 지역의 완전한 확보, 우크라이나의 영구 중립국화, 군비 제한 등 모스크바의 핵심 목표를 보장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2024년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실리보다 '이미지'와 '자존심'의 문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스카이뉴스의 마사 켈너 미국 특파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달인이자 최고의 거래 설계자'라는 자신의 명성을 굳건히 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트럼프 진영은 푸틴과의 '영토 교환(land swap)' 가능성을 살피며 타협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동시에 협상 결렬 시 러시아에 "매우 엄중한 결과"를 경고하는 강온 양면 전술을 쓰고 있다.
◇ 강대국 흥정에 불안감 커지는 우크라이나
두 강대국 지도자의 만남을 바라보는 우크라이나의 처지는 복잡하고 불안하다. 스카이뉴스의 도미닉 왜그혼 국제 문제 담당 에디터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회담 자체를 "푸틴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동의 없는 어떠한 결정도 '무효'라고 강력히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의 요구는 명확하다. 우선 휴전, 앞으로를 위한 안전 보장, 그리고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한 배상금이다. 특히 서방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관계 정상화라는 이익에 현혹돼 푸틴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왜그혼 에디터는 이러한 합의가 "러시아가 힘을 회복하고 재무장해 몇 년 후 다음 전투를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전쟁을 끝내는 첫 단추가 될 수는 있으나, 곧바로 결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한쪽으로 치우친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오랜 평화를 위해서는 여러 나라의 긴밀한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시선이 알래스카로 향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