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에 6000억 달러 투자패키지 제안해 관세안 최종 타결
日도 ‘굴욕적’ 평가 받으며 관세안 합의해
日도 ‘굴욕적’ 평가 받으며 관세안 합의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관세 협상을 최종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간 관세 협상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와 기존의 30%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EU가 6000억 달러(약 830조7000억원) 규모로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의 만남에서 협상 타결 후 "여태까지의 거래 중 가장 큰 거래"라며 “서로 매우 가까운 관계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EU와의 협상을 통해 EU가 미국에서 7500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제품과 수천억 달러 상당의 군사 장비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EU 제품에 대한 관세는 일률 15%로 조정된다. 또한 항공기, 항공기 부품, 일부 화학품 및 제네릭 의약품 등 특정 전략 제품에 대해 상호 0% 관세로 합의됐다.
다만 철강과 알루미늄 여기서 제외돼 50%의 관세가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와인과 증류주 관세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동석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 두 국가·지역 간에 무역 협정이 체결됐다. 큰 거래다. 이는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에게 15% 관세율이 좋은 조건인지 묻는 질문에 “15%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달성 가능한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3년간 75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와 핵연료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는 합의에 대해 “러시아산 LNG가 여전히 너무 많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목을 모았던 EU가 미국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협상도 이와 흡사한 구조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EU에 앞서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관세 협상에 나섰던 일본 또한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제안해 관세율을 떨어트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지난 22일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제안하고 15%의 일률 관세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핵심이었던 자동차 등을 포함한 관세율을 15%로 떨어트린 것에 고무적이라고 자평했지만, 실상 거액의 투자처를 미국이 정하고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진다는 세부안이 공개되자 "이시바 내각이 일본을 팔아먹은 굴욕적 외교"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시장에서는 일본과 EU가 대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막대한 수준의 투자를 단행하고 관세율을 떨어트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과 협상 중인 다른 나라들도 이런 잣대가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권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일본과 우리나라의 협상 입장이 거의 비슷해 협상을 어디까지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을 모은다.
이에 따라 핵심은 단순한 거액의 투자가 아닌 미국의 추가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제 규모의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이 일본이나 EU처럼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미국에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에너지 수입이나 국방비 부담 등에 대한 협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EU는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미국산으로 대체하기로 했고, 일본은 자동차·농산물 시장 개방에 더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가 더해졌다. 제조업 핵심이자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쌀 등 농산물이 예민한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일본과 우리나라 협상은 매우 비슷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현재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비롯한 농산물과 자동차의 수입을 확대하는 한편 빅테크 기업들이 문제 삼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와 농산물에 대한 요구를 우리나라의 의도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일본과 EU와 같이 에너지 수입과 군사 장비 구매 패키지 등이 협상 테이블로 올라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나 배터리 등의 산업이나 대기업들의 직접 투자안 등 새로운 해법을 협상안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종적으로 일본과 EU가 핵심이었던 자동차 관세를 15%로 떨어트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어떤 ‘한국식 관세 협상 카드’가 부상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