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올해 주가가 20% 넘게 하락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로보택시' 비전이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CNBC가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주에 있었던 2분기 실적 발표 후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곧 자율주행차로 전환돼 주인이 잠든 사이에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테슬라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험 운영 중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연말까지 미국 인구 절반이 접근 가능하도록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로보택시' 강조에도 실적 악화에 투자자 외면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2분기 실적 발표 다음날인 25일 테슬라 주가는 8% 급락했고 이번주 전체로는 22% 하락하며 미국 기술주 대형주 가운데 올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이번주 1%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슬라는 2분기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16% 감소했으며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규제 크레딧 매출도 공화당 주도의 정책 변화로 곧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 CEO는 “전기차 크레딧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인해 몇 분기 정도 어려운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미래 비전 좋지만 지금은 P&L이 문제”
캐너코드 제뉴이티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발표 직후 낸 보고서에서 “로보택시와 로봇 비전은 매력적이지만 지금은 수익과 성장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재 손익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는 이번 실적 발표를 “조금 밋밋하다”고 평가했고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이 “아직 소규모이고 기술 데이터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이날 실적 자료에서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산업을 이끈 테슬라가 이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및 관련 서비스 산업의 선도자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았다”고 자평했지만 올해 매출이나 수익에 대한 새로운 가이던스는 제시하지 않았다.
◇규제 문턱도 높아…미국 내 무허가 로보택시 논란
테슬라는 최근 직원들에게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번 주말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CNBC가 캘리포니아주 당국에 확인한 결과 아직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에 필요한 허가는 받지 못한 상태다.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는 26일 “현재 테슬라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만 서비스할 수 있으며 로보택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서비스를 준비 중인 오스틴에서는 시속 40마일(약 64㎞) 이하 도로에 한해 약 10~20대의 모델Y 차량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차량에는 항상 비상시를 대비한 감시 인력이 동승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경쟁사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는 자율주행 누적 거리 1억마일(약 1억6100만㎞)을 돌파했으며 올해 10개 이상의 미국 도시에서 시험 운행 중이다. 알파벳은 같은 날 실적 발표에서 “기타 사업 부문 수익은 자율주행 교통서비스, 헬스케어, 인터넷 서비스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문은 이번 분기 3억7300만달러(약 5190억원)를 기록했다.
◇머스크, “테슬라 시총 2경원 될 것”…투자자 회의론은 여전
머스크 CEO는 실적 발표 이후에도 낙관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26일 X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AI 분야에서 구글보다 훨씬 앞서 있고 실세계 AI 분야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다”면서 “테슬라는 언젠가 시가총액 20조달러(약 2경7840조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반면, 실적과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투자자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